투기조장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 도입 논의…역전세난 대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활성화도
‘주택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될 주택 '공급과잉'이 주된 이유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후분양제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에 따른 과도한 주택공급 억제가 목적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공급과잉으로 촉발되는 '역전세난'에서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년간(2017년 36만여 가구, 2018년 41만여 가구) 아파트 입주물량이 총 78만여 가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 간(2012~2016년) 연 평균 입주물량인 26만 가구 대비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입주물량 과잉에 따른 역전세난, 이로 인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후분양제 내년부터 확산될까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해법모색에 나섰다. 후분양제 도입논의가 대표적이다.
현재 주택분양시 대다수 건설사가 선분양제를 선호한다. 현행 선분양제 하에선 주택완공 이전 본계약 금액의 10%(계약금)만 지불하면 입주예정자로 등재된다. 아파트 입주에 드는 초기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선분양제를 통해 건설사는 사업 초기 자금융통이 원활해진다. 소비자는 입주시기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할 리스크만 감수하면 ‘분양권 양도차익’을 얻는 이점이 있다.
다만 선분양제는 ‘투기과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성장기에 선분양제는 소비자들의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소액의 계약금만 지불하면 많게는 ‘수억원’대의 분양권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역시 이같은 소비수요를 겨냥해 분양물량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는 의견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시경제가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건설투자의 등락율이 커지면서 경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선분양제를 통한 투기심리가 건설투자 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후분양제 확산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후분양 대출보증 및 후분양 주택자금 대출 등 지원방안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된 상태다. 지난 2013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후분양 대출보증제(준공률 30% 사업장 대상)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대출보증제가 요구하는 공정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면 후분양제 조기 정착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도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택공급자가 선분양제 또는 후분양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후분양제 선택 시 사업주체는 공정률 80% 이후 입주자를 모집해야 한다.
정동영 의원은 “건설사들은 사업비 부담, 매매차익에 기댄 분양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선분양제를 선호해 왔다”며 “하지만 선분양에 따라 건설사의 과장광고, 아파트 부실공사, 바가지 분양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게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분양제 도입 논의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제로 인해 주택 분양 시 자금조달이 원활해졌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계기”라며 “후분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활성화 논의 이어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입주물량 과잉공급으로 인한 역전세난에 대비하는 목적이다.
입주물량 공급과잉은 수분양자, 전세 임차인 모두에 악재다. 통상적으로 전세를 염두에 두고 주택을 분양받는 ‘갭투자’ 세력이 입주자의 30%에 이른다. 역전세난 발생 시 전세가격 하락은 갭투자 세력에게 손해로 작용한다. 이로인해 갭투자 세력이 급매물을 늘리면 주택 매매가격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주택 매매값 하락은 ‘깡통전세’를 대량으로 양산하게 된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는 민간 SGI서울보증,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두 기관에서 ‘보증금반환보증보험’의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다만 가입자가 극히 소수다. HUG에 따르면 월세 제외 순수 전세 임차가구는 올해 350만 가구다. 이중 2%인 7만 가구만이 해당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다. 추가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을 임차인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두고 정책설계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활성화’ 계획을 밝혔다. 주택 매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전세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분쟁 증가를 억제하는 목적이다. 국토부는 HUG에서 운용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료율을 현행 0.15%에서 인하할 계획이다. 또한 전세금 상한을 4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임대인과 임차인의 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현아 의원실 관계자는 앞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SGI 서울보증과 HUG 양측의 보증보험료율을 모두 인하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