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장 규모 18조8000억원…“기술력 기반 LG화학 삼성SDI 성장 지속할 것”

 


전기차가 친환경 미래 자동차로 주목받으면서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기술 핵심인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배터리 성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러 번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가 없다면 전기차는 무용지물이다.

과거 정보통신(IT) 산업 핵심 경쟁력이 반도체에 있었다면 미래 친환경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가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자동차 전장 사업에 발을 들인 국내 정보통신(IT) 기업은 배터리에 기반을 두고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과 LG전자 VC사업본부는 각각 배터리 생산 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을 전장 사업 전면에 세웠다.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2015년 6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던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에는 18조8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하는 LG화학, 삼성SDI

LG화학과 삼성SDI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화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적용한 파우치(pouch) 타입 배터리의 낮은 폭발 위험성을 장점으로 제시한다.

특히 파우치 구조는 원통형과 달리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용이하다. 배터리 열 발산은 배터리 수명과 직결된다. 1900년대 내연기관 자동차와 함께 발전해 온 전기차가 생산 중단을 맞은 이유도 열 방출 한계에 따른 주행가능 거리 감소에 있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GM이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한 전기차 EV1를 돌연 생산 중단한 이유도 배터리 문제였다. 당시 GM은 연축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했는데 연축전지는 주행 후 바로 충전기를 연결하지 않으면 배터리 수명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문제가 있었다.

GM이 연축전지 다음으로 선택한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의 니켈 망간 배터리도 성능저하 현상은 여전했다. 다만 니켈 망간 배터리는 연축전지와 반대로 잔량이 남은 상태에서 충전기에 연결하면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GM이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볼트EV에 LG화학이 생산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 사진 = 한국GM

이에 GM은 최근 새롭게 출시한 전기차 볼트EV에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 기술력 향상으로 리툼이온 배터리의 한계로 지적됐던 폭발, 화재 등 위험성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LG화학은 전 세계 29개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현대기아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 상하이자동차, 디이(第一)자동차, 창안(長安)자동차, 창청(長城)자동차, 난징진롱(南京金龍), 둥펑(東風)상용차, 체리(奇瑞)자동차 등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3조원 이상을 투자,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또 소재 R&D 센터 신설 등 배터리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을 정비해 소재 내재화를 본격 추진해 나가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16에서 고밀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개하고 기존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BMW는 2014년 출시한 전기차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8에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삼성SDI는 크라이슬러, 벤틀리, 포르쉐, 인도 마힌드라 등의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 중국 몽니에도 전기차 배터리 ‘청신호’

이에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가 중국 정부의 잇따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관련 보복성 조치에도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안정성을 확보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매출 계획. / 표 = LG화학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 493개 모델을 발표하고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보조금 지급 방침을 철회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이 워낙 밝아 중국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LG화학 등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삼성SDI가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배터리 수주 감소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이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밀어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는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