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수사력 집중된 사이 연임 의지 드러내는 행보…검찰 수사 등 아직 첩첩산중
비선실세 수사가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어가며 사정권에서 벗어난 황창규 KT회장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종일관 연임의지를 드러내온 그는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갈 뜻을 밝히며 연임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황창규 KT회장의 최대 당면 과제는 연임이다. 비선실세 논란이 특검이 아니라 검찰 손에 있었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그가 연임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비선실세 차은택씨와 같은 광고제작사에서 일한 이동수 전무는 재작년 2월 KT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회사 전체 마케팅을 담당하는 IMC본부장 자리에 올랐고 방송광고 24편 중 11편을 차은택 씨가 연루된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비선실세 논란을 수사하던 검찰은 당시 차은택 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이동수씨를 KT 임원 자리에 앉혔다고 보고 있었다. 황창규 회장이 이를 알고 묵인했다면 동조한 혐의를 받게 된다. 황창규 회장은 당시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기록해 검찰에 자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비선실세 논란에 연임의 꿈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런데 관련 이슈가 특검으로 넘어오면서 황창규 회장은 한시름 덜게 됐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규명을 위해 삼성에 집중했고 KT는 점차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황창규 회장은 최근 연임을 염두에 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CES에 참석할지 여부가 불투명했던 그는 행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CES행을 결정했다. 연임에 자신있지 않으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그의 연임의지는 2일 신년사에서도 여실히 그러났다. 황창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기술 1등 기업에 도전하자”며 계속해서 올해 경영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는 3월까지인데 조만간 연임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그의 연임이 본인의 뜻대로 되기에는 여전히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방송통신 부문 전문가인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장은 “특검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해당 사안은 황창규 회장이 몰랐다면 발생할 수 없었던 일로 결국 검찰 수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연임을 하게 되도 정치권 차원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와 케이티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제3자 뇌물제공 및 배임죄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황창규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연임이 되더라도 박근혜 정권에서 KT수장을 했던 황창규 회장이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바뀐 후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KT는 민영화 된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어왔다. 이명박 정권 시절 회장을 지낸 이석채 회장 역시 마지막까지 버티다 결국 박근혜 정권에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나오게 된 바 있다.
여야를 떠나 바뀐 정권이 박근혜 정권 시절 KT회장을 그대로 자리에 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 및 업계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