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경제·사회 전문가 50명 설문조사…주된 대외리스크로 미국 금리인상·중국 경기둔화 꼽아
경제·사회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경제에 대내외 리스크가 많아 울퉁불퉁한 길을 의미하는 '범피 로드(Bumpy Road)'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당분간 생존 모드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경제 키워드 및 기업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주요 대외 리스크로 미국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후폭풍(69.2%, 복수응답)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중국 경기둔화(57.7%), 보호무역주의 확산(46.2%), 북한·IS 등 위협(15.4%) 등이 뒤따랐다.
전문가 76%는 올해 미국 연준 금리는 0.5% 포인트 이상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응답자 88.5%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해외 경제에 대해선 미국·동남아 경제만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중남미 등은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한 국가별 올해 전망을 보면 미국 180, 동남아 124, 러시아 100, 일본 96, 중동 80, 유럽연합 72, 중남미 68, 중국 52 순이었다. 이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 0에 가까울수록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경제질서를 예측할 수 없다"며 "수년간 본 적 없는 강력한 쓰나미가 올 수 있는 한해"라고 내다봤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최근 경제성장에서 건설부문이 50% 이상 기여하고 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주택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새해 가장 큰 하방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들은 생존 모드를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후퇴할 것(92.3%)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84.6%)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지난해보다 높을 것(73.1%)으로 예상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마치 호수 위의 오리와 같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소비자 기대와 사회 요구 수준이 더 높아진 만큼 이를 충족할 전략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올해 주요 사회이슈에 대해 '고령화에 따른 사회 역동성 저하', '갈등조정비용 증가', '사회안전망 부족' 등을 꼽았다. 이민 활성화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54%가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한국도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로 인해 구조적 소비부진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극복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교육, 인적자본 정책 등을 통해 미래 충격에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수저론 등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갈등조정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득권에 입각한 사적이익 추구행위가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 사회갈등요인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 수준(4위)인 반면 갈등관리지수는 최저 수준(27위)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급선무로 꼽았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도 안정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 서울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고용안전망 구축의 투트랙 복지구조를 완성해 산업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팀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과제에 대해선 구조개혁 추진(46.2%, 복수응답)을 꼽는 전문가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산업구조조정(42.3%), 미래먹거리 발굴(15.4%), 민생안정(7.7%), 기업애로 해소(3.8%)가 뒤를 이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정치혼란을 계기로 우리가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등 경제·사회 전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경제도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