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 정부부채와 공공기관부채는 발생주의...법적 근거 없어 관리소홀 염려

현재 세계경제의 핫키워드는 단연 재정건전성이다. 세계 각국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사태 등에서 빚 강박을 겪고 재정관리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10여년 앞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라는 쓰린을 경험을 한 한국은 재정건전성 부문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적표를 들고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수 있는 국가부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은 편이다.

 

각고 끝에 현재 한국은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최우선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렇다고 재정관리에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부채의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현재 국회가 하고 있는 재정심사 권한을 독립시켜 재정기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OECD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재정건전성 최우수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2015년 OECD 30개 회원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은 118%였지만 한국은 이에 한참 낮은 39.6%였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122%), 프랑스(103.1%), 영국(92.5%), 독일(76.9%) 등이 우리보다 후순위에 있었다. 같은 해 IMF도 이보다 앞서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재정 여력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국가로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의 재정건전성 상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지만 재정관리 상태에 있어선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와 ‘일반정부부채’ 그리고 ‘공공부문 부채’로 나뉜다. 국가부채는 전통적으로 해왔던 현금주의에 따른 부채총량이다. 반면 일반정부부채와 공공부문 부채는 발생주의에 따른 부채를 인식한 총액이다.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말할 때에는 국제기준인 일반정부부채가 사용된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국가재정법은 현금주의에 따른 집계방식인 국가채무만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정부부채와 공공부문 부채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한 재정전문가는 “법에서 현금주의에 따른 국가채무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관리에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정부부채와 공공부문 부채가 법률에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충당부채 등이 통계에 잡히지 않고 따라서 부채관리에 소홀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정도영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정부부채와 공공부문부채를 별도로 산출하고 있다”면서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관리대상 부채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국가채무의 경우 GDP 45% 이내)의 이행여부 모니터링과 재정성과 평가의 독립성을 위해 독립적 재정기관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현재 캐나다(의회예산처), 영국(예산책임청), 스웨덴(재정정책위원회), 미국(의회예산처) 등이 이런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 조사관은 “선진국의 경우 재정성과 평가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예산전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 적 재정기관을 도입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준칙 이행에 대한 조정 및 감독의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됨에 따라 독립적 재정기관에 대한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7년도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