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다각화’, 롯데케미칼은 ‘직진’, 한화케미칼은 ‘기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월 9일 전남 여수산업단지공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석유화학업계 빅3가 저마다 정유년 생존전략을 내놓았다. LG화학은 사업 다각화를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롯데케미칼은 전략 변동이 없다. 한화케미칼은 고부가 원천기술 확보에 더 매진 할 것으로 밝혔다.

 

LG화학은 에틸렌 등 범용성 기초소재보다는 ABS등 고부가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 사업과 전지 사업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LG생활건강 인수절차에 나선 LG화학 사업부문은 크게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전지 생명과학 재료사업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LG화학을 먹여 살리는 캐시카우는 기초소재사업부문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신규 그린 바이오(비료), 레드 바이오(제약) 사업에서 핵심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전략을 구체화 하겠다라며 에너지, , 화이트바이오(생물 산업화)에서도 신규사업 발굴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존 사업에서는 설비 고도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라고 말했다.

 

LG화학 새해 전략은 그동안 성장전략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LG화학은 기초소재에서 얻은 수익으로 다른 사업부문에 투자하는 사업 다각화전략을 이어왔다. 특히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등 범용 화학제품이 공급과잉제품으로 지목되면서부터 NCC(Naptha Cracking Center)설비 증설 등 적극적인 투자로 고부가화를 꾀해왔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기활법승인을 받았다. 기활법은 과잉공급 분야 정상 기업이 사업을 재편하고자 할 때,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자금연구개발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법이다. 원샷법이라도 불리는 이유다, LG화학은 기활법을 토대로 공급과잉인 폴리스티렌(PS)설비를 고부가 제품 ABS 설비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 화학 신제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최병일 롯데케미칼 대외협력팀 책임은 석유화학업계 동향을 살피고는 있지만 회사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추가 계획은 따로 없다라며 일단 지난해부터 추진한 미국 ECC공장 증설과 이탈리아 석유법인과의 합작회사 본격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탄분해설비(Ethane Cracking CenterECC)NCC에 비해 설비공정이 간편하다. ECC는셰일가스에서 나온 에탄을 추출하는 설비다. 셰일가스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원유에 비해 가격이 싸다. NCC보다 추출할 수 있는 원료 종류는 적지만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범용제품, 에틸렌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국영석유업체 베르살리스와 합작법인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 주식회사'를 세웠다. 합작법인은 여수에 연 20만톤 규모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와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Rubber) 생산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설비는 이르면 올해 1분기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시험가동을 거쳐 하반기 중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생산 스프레드가 롯데케미칼 실적을 끌어왔다. 스프레드는 투입 원료 대비 제품 판매가 마진이다. 2017년에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급등한 합성고무 원료. 부타디엔(BD)이 실적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부타디엔 값은 12월 첫주 톤당 1674달러를 기록한 이래 12월 마지막 주 톤당 2205달러를 기록했다. 부타디엔-납사 스프레드 역시 같은 기간 백만톤당 1252 달러에서 1761달러로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부타디엔 연 생산 40만톤으로 국내 1, 세계 10권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17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제품군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라며 “2017년부터 증설하는 미국 ECC 역시 공급과잉 유발보다는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The-K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제3회 신기술 인증서 수여식에서 메탈로센 하이브리드 촉매 시스템을 개발한 이성우 PO연구센터 연구임원(왼쪽)과 CPVC 제조기술을 개발한 진선정 수석연구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업계 3위인 한화케미칼은 원천기술 확보로 새해전략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한화케미칼은 염소화 폴리염화비닐(CPVC) 기술과 하이브리드 메탈로센 촉매로 신기술인증(NET)를 획득한 바 있다.

 

CPVC 생산은 그동안 미국 루브리졸(145000), 일본 가네카(75000t), 일본 세키스이(55000t), 프랑스 켐원(9000t)이 장악하고 있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에 올해 3월까지 연 생산 3만톤 공장을 지어 가동하는 게 목표다. CPVC는 기존 PVC에 염소 함량을 높인 것으로 열과 압력, 부식에 잘 견딘다. 소방용, 산업용 특수 배관 등에 사용된다. 메탈로센 촉매는 납사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데 사용하는 촉매다. 하이브리드 메탈로센 촉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강도와 가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촉매다.

 

김수연 한화케미칼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기존 범용제품 생산보다는 고부가 원천기술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한화케미칼은 카이스트(KAIST)와 공동으로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에서는 차세대 석유화학 물질 제조, 고순도 정제 공정 개발 등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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