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상하이기차·日혼다 등 동남아 진출 본격화… 국내 업체들은 '미온적'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주요 시장 성장세 둔화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9% 증가에 불과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은 새 활로로 동남아를 주시하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176만대(3.5%)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정부의 신차 구입 지원 정책이 종료되는데다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재가 반영된 예상치다.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도를 제외한 주력 수출국에서 현대차의 악전고투가 예상된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책임지는 중국은 올해에도 소형차 취득세 인하 정책을 계속한다. 그러나 인하폭이 문제다. 기존 5%였던 인하폭이 2.5%로 좁혀지면서 중국인들의 차 소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대기수요 소진과 기준금리 인상 탓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유럽 역시 소비심리 악화와 대기수요가 다 함에 따라 0.6%대로 성장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닥친 자동차 시장 불황에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일찍이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에 주목했다. 동남아 시장은 자동차·건설 등 산업에서 연 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아세안경제공동체(AEC·ASEAN Economic Community) 회원국 간 교역이 무관세화되면서 자동차 현지 생산과 판매가 유리해졌다. 태국은 친환경 자동차 산업 육성책을 통해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연간 280만대 규모로 키우겠단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동남아 시장 유인을 강화한다.
아직까지 동남아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0.2%대다. 3.2%인 한국차보다 존재감이 미미하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기차는 동남아에 20만대 규모 자동차 생산 설비 신설을 계획 중이다.
국내 기업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태국에 연산 45만 톤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신설했다. 태국은 동남아 전체 자동차 생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태국 내 자동차 강판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가 만든 고급 강판은 도요타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현지 준공식에서 “태국은 지난해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의 허브국가로 명실상부한 동남아 자동차 생산기지이자 가전산업의 중심지”라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동남아 시장 진출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눈에 띄는 실적은 2015년 현대차가 베트남서 세운 판매량 1·2위 기록이다. 현대차는 현지 맞춤 소형차인 그랜드 i20을 1만5873대 판매하며 단일 차종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모두 수출 차량이고 현지 생산되는 차량은 없다.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시장 발굴보다 기존 수출 시장에 주력하겠단 뜻을 비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남아에 진출한 현대차 공장은 한 곳도 없다. 동남아 시장은 수출 위주 시장이다. 새 시장 개척에 대한 내부 논의는 아직 이뤄진 바 없다”라며 “올해 전망되는 자동차 시장 불황 타개를 위해서 현대차는 판매량이 많은 주력 국가에 힘을 쏟을 것이다. 신차 출시 등으로 판매량 회복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