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유가로 300억 달러도 안돼 …새해에도 반등 여지 적어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10년 만에 300억 달러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저유가 기조가 가장 큰 이유다. 중동 국가의 발주물량이 크게 줄었다. 정부의 이란 '세일즈 외교'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유가반등 가능성도 적은 상황이다. 해외건설 수주난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82억 달러로 나타났다. 직전해 (461억 달러)대비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또한 2007년(398억 달러) 이후 10년 만에 수주액 30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한 주원인은 중동 발주물량 감소다. 지난해 중동 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107억 달러다. 직전해인 2014년(165억 달러) 대비 35% 감소한 금액이다. 지난해 중동 지역 수주금액은 2007년(228억 달러)과 비교해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동 지역 발주물량은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동 발주물량이 줄면서 해외건설 수주액도 동반 하락했다.
저유가 기조가 중동 발주물량 감소를 주도했다. 중동 지역 대다수 국가는 석유를 판 돈인 ‘오일머니’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동 국가 간 원유 증산경쟁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동 국가의 재정악화로 공사발주가 줄었다.
이란발 '건설 특수’ 기대감도 중동 지역 수주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방문했다. 정부는 ‘이란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370억 달러(하화 약 42조원) 상당의 건설수주가 가시화 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론된 사업 대다수의 계약진행 과정이 더뎠다.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프로젝트는 지난달 29일 대림산업이 체결한 한화 2조3036억원 규모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사업’ 뿐이다.
정부도 해외건설 수주액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해외건설 촉진지원기구’ 설립계획을 밝혔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해외건설을 수주하는 민관 협력(PPP) 사업추진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해외건설 수주액을 늘리는게 목적이다.
다만 여전히 ‘유가상승’이 해외건설 수주 확대의 근본적 해법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중동 발주물량은 ‘플랜트’가 대다수다. 플랜트는 고부가가치 공사다. 그만큼 단일공사 수주 시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다. 산유국이 다수 위치한 중동 지역 발주물량이 해외건설 수주 총액을 좌우한다. 유가가 상승해야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물량도 증가한다.
새해 들어 유가상승으로 해외건설 수주액이 반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 감산합의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원유감산을 합의했다. 2017년 1월부터 6개월 간 원유 생산량을 일평균 120만 배럴 감산하는 것이 골자다. 2008년 이후 8년 만의 감산 합의다.
다만 새해에도 유가 상승 및 중동 발주물량 증가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해건협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와 우려요인 및 유가 영향‧전망’을 통해 OPEC의 감산합의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시했다. 비 OPEC 회원국인 러시아의 합의 이행 불확실성, 인도네시아의 회원국 탈퇴 등 ‘원유감산 합의 이행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해건협은 진단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셰일오일’ 개발확대를 공공연하게 밝혔다. 셰일오일은 원유의 대체재다. 셰일오일 시장 공급량이 늘면 유가는 하락한다. 이는 산유국들이 자국 원유공급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증산경쟁’을 재차 부를 수 있다.
김종국 해건협 실장은 “OPEC은 셰일오일 업계가 생산량을 회복할 경우 산유량 점유율 경쟁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