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는데 지갑은 두둑…2017년에도 게임업계 30대 주목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내놓은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 문구다. 30대 유부남에게 일단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고 나중에 부인에게 용서를 빌라는 광고다.
3040세대는 게임업계 핵심 고객층이다. 90년대 후반 PC방에서 게임을 즐긴 10대 유저는 이제 재력을 갖춘 30대가 됐다. 과거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이 연이어 출시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90년대 IP, 디바이스만 옮겼는데 대박행진
지난해 8월 출시된 포켓몬고에 활용된 지적재산권(Intelletual Property·IP)은 포켓몬스터다. 포켓몬스터는 1996년 처음 출시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혼합된 미디어믹스다. 어렸을 적 포켓몬스터를 보고 자라온 이용자들이 다시 포켓몬스터에 빠져든 셈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는 ‘2016년 게임 시장 리뷰’보고서에서 지난해 7월 발매된 포켓몬고가 7억8800만달러(947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출시된 슈퍼마리오 런 역시 1985년 출시된 게임 슈퍼마리오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슈퍼마리오 런 출시 후 닌텐도가 얻은 수익은 1천400만 달러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 레드나이츠 역시 19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게임, 리니지IP를 활용한 게임이다.
올해도 1990년대 IP를 활용한 게임이 출시된다. 일본 게임회사 반다이남코는 인기만화 나루토를 기반으로 한 나루토 질풍전기를 출시한다. 넷마블게임즈는 스타워즈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스타워즈:포스 아레나를, 넷이즈는 모바일게임 쿵푸팬더3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블리자드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에 ‘디아블로1’ 테마를 한시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디아블로1은 1997년 12월 31일에 출시된 액션RPG게임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히어로즈오브스톰, 오버워치, 디아블로3, 하스스톤에서 디아블로에 등장한 몬스터나 디아블로에 사용된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핵심고객으로 성장한 30대 남성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7월 펴낸 2016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남성 게임이용률은 96.8%다. 30대 남성은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게임(20%)과 모바일게임(88.3%) 이용률에서 다른 연령대를 상회했다.
30대 남성은 지갑도 잘 연다. 지난해 9월 12일 IGAWork와 모바일 시장조사기관 Mobile Index, 고과금 게임유저 이용관리 앱 나는게이머다가 발표한 ‘2016 상반기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카테고리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원이상 고결제 유저 중 56%은 30대 남성으로 조사됐다. 30대 남성 결제유저는 매출 기여도가 46%로 평균 결제금액은 271만원이다.
극소수 고결제 유저가 매출액 대부분을 책임지는 모바일게임업계 속성상 30대 남성은 핵심고객이다.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는 10대, 20대, 30대지만 1020은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이들은 일정 시간마다 주어지는 뽑기, 친구들에게 받는 우정포인트 등으로 게임 컨텐츠를 소비한다. 반면 30대는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대신 이들은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299.99달러, 50만원에 이르는 ‘인앱결제’가 팔리는 이유다.
한 온라인게임업체 개발자는 “어떻게든 30대 남성이 돈을 쓰게 만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게 사업자 입장”이라며 “시간은 없지만 돈은 있는 30대 남성을 겨냥한 게임은 2017년에도 연이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