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당분간 지속 전망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마트가 1인 1판으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달걀 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가 식탁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달걀 파동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30개 들이 달걀 한판(특란) 가격은 8155원으로 한달 전보다 48.9% 치솟았다. 지난 일주일새 14.5%나 뛰었다.

이마트는 8일 5%, 15일 4.8% 달걀값을 인상한 데 이어 22일 6% 추가 인상했다. 롯데마트도 9일 5%, 16일 5%, 20일 달걀값을 10% 추가 인상했다. 홈플러스 역시 8일 5%, 15일 5%에 이어 17일 가격을 6% 추가 인상했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계란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 달걀값 계속 오른다…대책없는 정부

한 달 사이 달걀 가격이 4차례나 오르기는 전례 없는 일이다. 평균 달걀 값은 한판에 7000원을 훨씬 웃돈다. 해당 마트 관계자들은 "조류독감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고 있지 않다"며 "달걀 수급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비상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김영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부로부터 넘겨받은 조류독감 관련 살처분 농가별 사육두수 현황을 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AI가 발생한 가금류 농장은 총 247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은 101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육용오리농장 87곳, 종오리 27곳, 토종닭 15, 육용종계 5곳, 산란종계 4곳, 육계 2곳 메추리 2곳, 오골계 1곳, 관상조류 1곳 등의 순이다.

문제는 AI발생 산란계 농가의 사육두수 통계를 토대로 볼 때 추가 계란값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겨울 처음 AI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달 16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보름간 AI 양성으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156만마리였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열흘간 살처분된 규모는 505만마리로 급증했다. 이후 이달 11~21일에는 668만마리에 달했다. AI 첫 발생 이후 갈수록 산란계 피해가 커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국일시이동중지명령으로 14일 자정까지 계란의 유통이 전면 금지되면서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됐다. 이에 달걀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도 거론 됐지만 실효성 논란으로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농림부는 계란수급 대책으로 수입계란 9만8550톤에 대해 할당관세 0%(현재는 8~30% 관세 부과)를 적용키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신선계란 3만5000톤, 액상조란 2만7900톤, 맥반석 계란 3285톤 등이다. 하지만 관세와 항공료 보조 등에 사안은 아직 최종 결론 짓지 않았다. 

 

그나마 이 물량을 정부가 직접 나서 공수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나 사업자가 수입해오면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일종의 면세 가이드 라인이다. 민간이 수입에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대책인 셈이다.

◇ SPC 달걀 사재기 논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에 따른 '계란 대란'으로 제빵 대기업의 계란 사재기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SPC는 달걀 값이 계속 오르던 지난 23일 직원들을 동원해 계란 사재기에 나섰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AI 사태로 계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근 직원들이 소매점에서 계란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방식으로 확보한 달걀은 최소 500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SPC는 일부 임직원들이 애사심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매해야 할 제품의 크기, 품질, 구입처, 결제방법 등 구매 지침과 정산 방법 등을 상세히 담은 '전사 계란 수급 캠페인' 안내 문건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과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계란 공급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에 구매 담당 부서에서 계란 소매 수집 방안을 내놨고 일부가 먼저 구입했다"며 "그러나 소매가격이 도매가보다 두 배나 높은 등 실효성이 떨어져 전사적으로는 실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SPC는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샤니 등을 보유한 국내 1위 제빵업체다. 빵 외에도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 빚은, 파스쿠찌 등 다양한 외식사업도 펼치는 대형 식품기업이다. 계란값이 급등하고 판매 수량도 제한돼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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