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입지 흔들…“언더독의 반란”
올해 자동차 시장 차종별 판매량이 혼조세를 이뤘다. 판매량 선두를 달렸던 차량은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했고,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차량은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국산차 중 10만대 판매고를 올린 모델은 없고, 5만대를 넘게 판매한 모델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선 차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상용 트럭 포터와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각각 8만6977대와 8만6005대를 판매하며 판매량 상위 1,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연말까지도 판매량 10만대 고지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차 중 5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차종은 총 11개로 8개 차종에 머물렀던 지난해보다 3개, 비율로는 37%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을 포함한 2015년 전체 판매량에서도 5만대를 넘어선 차종은 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아차 상용 트럭 봉고3를 포함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 등 3개 차종이 5만대 판매 안정권에 들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생산 차질과 세타2·GDI 엔진 품질 논란 등으로 주춤한 사이 완성차 3개사가 시장 장악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한국GM 경차 스파크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 이후 올해 1월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기준 7만858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8개월 만에 5만904대가 팔리며 5만대 클럽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티볼리에어 포함)도 올해 들어 11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809대보다 30% 증가한 5만1322대가 팔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산차 연간 판매 10만대 클럽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산차 5만대 이상 판매 차종 9개는 모두 현대·기아차 생산 차량이었다. 하지만 올해 5만대 클럽 내 현대·기아차 판매량 비중은 76%로 100%에 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24%포인트 감소했다.
SUV의 활약도 눈에 띈다. 지난해 5만대 넘게 팔린 SUV는 기아차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등 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투싼과 쌍용차 티볼리는 이미 5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더해 지난달까지 4만6074대가 팔린 기아차 스포티지도 이달 판매량이 3926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5만대 클럽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 대표 상용 트럭인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3가 모두 5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길거리에서 채소·과일을 팔거나 푸드트럭, 이삿짐 운반, 택배 등 서민들의 개인사업에 주로 이용되는 상용 트럭이 이렇게 잘 팔린다는 말은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