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높은 동남아 지역에 집중…"현지인보다 현지진출 국내기업 거래에 치중" 비판도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도진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은 취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이익 비중을 2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만 아니라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생각하면 때늦은 감이 들 정도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은행 등 국내 대표 시중은행은 내년 해외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진출 대상 국가는 동남아 지역에 집중됐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여전히 예대마진이 5~6% 이상 나온다"며 "우리 자본이 나가서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기업은행은 내년 캄보디아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베트남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도 계획 중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현지화가 가능한 곳에 역량을 집중해 현지 인수·합병과 지점 설립, 지분 투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위비뱅크'를 해외 진출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 동남아 지역에 위비뱅크를 활용한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 현지 영업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스마트폰 보급률은 50%내외"라며 "모바일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활용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은행 해외 네트워크는 올해 연말 기준으로 250개를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최다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전 세계은행 기준으로도 34위를 기록했다. 내년부터 우리은행은 국내 점포와 해외 네트워크를 50 : 50 비율로 가져갈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멕시코에 집중하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삼성, LG, 대우, 포스코,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오는 2018년까지 멕시코에서 45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은행 입장에서 멕시코에 거대한 금융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멕시코 현지 법인 설립을 내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현지 금융감독원(CNBV)로부터 법인 형태의 금융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받고 법인 설립 준비를 마쳤다.
하나은행도 기존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만 아니라 멕시코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해외 네트워크를 기존 135개에서 내년 143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은행 해외점포 총자산은 888억6000만 달러다. 지난해 말보다 5억4000만 달러 늘었다.
다만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은 해외 현지인을 상대로 한 영업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출, 매입외환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현지화 공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내년에는 저수익 구조 타개를 위해 은행들이 해외 진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금까지 동남아를 중심으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다만 당기순이익 중 해외영업 부문 수익 비중이 아직 10%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본처럼 해외 부문 수익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