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시무식 대신 계열사별 개최로 변경…정몽구 회장 ‘자율성’ 이유로 경영행보 축소

매년 1월 실시되던 현대차그룹 시무식이 사라진다. 양재동 본사에 그룹사 전 임직원이 모여 정몽구 회장 주재로 개최하던 시무식 방식을, 각 계열사가 대표이사 주재로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현대차그룹은 획일화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이 같은 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그룹 시무식에서 강조해온 판매목표를 2년 연속 달성하 못한 부담감과, 최근 청문회 참석 등으로 정 회장 건강이 악화된 영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 시무식을 각 계열사가 각 사 대표이사 주재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매년 새해 첫 출근일 오전 8시 양재동 본사 강당에서 그룹 임직원과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열어왔다. 이 자리에서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 판매 목표와 전략 등 신년 구상을 밝혀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그룹사가 아닌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를 비롯해 51개 계열사가 별도로 시무식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그룹 시무식에서 밝혀오던 현대·기아차 통합 판매목표는 내년 발표되지 않는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별도의 시무식을 통해 개별 회사차원의 목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나 기아차 등 계열사 시무식에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직접 주재하던 해외법인장 회의와 시무식에서 ‘이선 후퇴’ 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달 중순 해외법인장 회의를 예년과 달리 두 회사가 각각 자유 토론 방식으로 실시한 바 있다.

그동안 법인장회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재하고 상향식으로 보고를 올린 뒤 지시사항을 전달받는 형태로 이뤄져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새해 아침마다 ‘현대자동차 그룹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회장 훈시를 들어왔다. 계열사별로 처한 사정이 다른데 그룹 차원의 사기진작은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아왔다”며 “자율성이 강조되는 문화는 더 장려돼야 한다고 본다. 정 회장 의중과 상관없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이후,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심장병 수술 전력과 고혈압 등으로 지병을 앓고 있는 정 회장 건강에 ‘적신호’가 감지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30일 개혁보수신당(가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 전후로 해서 현대차 대관 관계자로부터 정 회장이 지병 탓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우려를 많이 들어왔다”며 “총수들이 가장 바쁠 연말연시에 활동폭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였다면 지병이나 건강 악화 등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며 “임직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는 정 회장 주문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은 물론 자동차 시장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별, 해외법인별 활동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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