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변경·통신사 이동시 잔액 사실상 못 써…스마트카드사 낙전수입 상당할 듯
이 씨는 “휴대전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아무런 부가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휴대전화를 태그(tag)했을 때 비로소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한국스마트카드 고객센터에서는 이런 경우 유심 칩이 수중에 없다면 모바일 티머니 홈페이지에서 분실신고를 한 뒤 환불절차를 밟으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몇 년 전 가입해 둔 아이디가 생각나지 않아 결국 환불을 포기해야만 했다.
모바일 티머니는 NFC(근거리무선통신) 지원 휴대전화에 티머니 NFC 유심을 장착한 뒤 대중교통,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러나 휴대전화 기기 통신사와 유심 통신사가 일치해야만 사용이 가능해서 이동통신사가 변경되는 번호 이동 후에는 잔액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씨 사례처럼 아이폰, 갤럭시넥서스, 블랙베리 등 일부 스마트폰 기종에서는 아예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사용자들은 넉넉히 충전해둔 잔액을 환불받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서 모바일 티머니를 검색하면 각종 잔액 환불 문의와 방법에 관한 글이 쏟아진다. 환불에 실패했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유심 사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기변경과 이동통신사 이동시 환불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가입은 손쉬우나 자체 규정과 잔액 구간에 따라 환불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티머니 규정에 따르면 우선 잔액이 2만원 이하, 3만원 이하, 5만원 이하일 때에 따라 환불 장소가 다르다. 특히 잔액이 10만원 이상이면 사용자가 환불 받기 위해 통장 사본과 신분증도 지참해야 한다. 환불 시 수수료를 피하려면 티머니를 운영하는 한국스마트카드 본사를 찾아야 한다. 게다가 기기 파손 등으로 유심 칩 인식이 안 될 경우 통신사 직영대리점을 방문해서 유심칩 잔액 환불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기 반납이나 분실로 인해 유심칩 자체가 없을 경우에는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 이럴 경우엔 습득자가 분실 기기 전원을 켜서 데이터가 연결됐을 때에만 환불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심 칩 분실 시 환불가능성은 없는 것에 가깝다.
티머니 환불 문제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가 사용자에게 사전 고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머니 환불 절차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사전 고지 의무도 지켜야 하고 교통카드 전반에 대한 환불시스템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환수되지 못한 스마트카드 측의 낙전수입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모바일 티머니 환불에 관련한 소비자 상담 건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유심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자가 미리 알았다면 기존 유심 칩을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마트폰 구입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총장은 사업자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사항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하고 규제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