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편 들며 시간만 끈다" 불신 팽배…'을'의 소리 진솔하게 경청해야
근래 들어 대리점주나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미 대리점주와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공정위는 ‘불공정거래위원회’로 불린 지 오래다. 이를 넘어 최근에는 ‘공정걸레위원회’로까지 불린다고 한다.
지난주 대리점법 시행(23일)을 앞두고 전문가, 대리점주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이 하나같이 우려하는 것은 법 33조 1항의 내용이었다. 33조 1항은 ‘본사가 대리점에 구입강제, 판매목표 강제 등의 행위를 했을 때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공정위가 일 처리도 느리고 대기업 편에 서서 판단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 조항이 실효성 있겠냐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대한 불신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거대한 대기업 본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대리점주·가맹점주 같은 을(乙)들은 수 년간의 경험을 통해 더 이상 공정위를 믿지 않게 됐다. 이들이 가장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공정위가 대기업 편에 서서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정위는 애매하면 대기업 편을 드는 일을 많이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공정위가 대기업과 접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자료로 입증되기도 했다. 2014년 1월~올해 7월까지 공정위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4254회, 로펌(법률대리인)은 4262회 공정위를 방문했다. 하루 평균 약 7회 방문한 셈이다. 이들은 대화내용을 전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과 싸우고 있는 가맹점주나 대리점주들은 공정위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일 처리속도 또한 느리다. 1년 내에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공정위가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분쟁신고를 처리하는 기간은 1년을 넘기기 일쑤라고 한다. 한 피자가맹점주는 공정위의 일 처리가 느려서 가게 폐업하고 조사 결론을 받게 생겼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렇게 곳곳에서 불만이 나옴에도 공정위가 얼마나 반성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0월 국회 토론회를 참석했을 때 가맹점주와 대리점주들의 불만을 듣고 그 자리에 단 한 명이었던 공정위 관계자는 진땀을 흘리며 반성과 해명을 했다.
하지만 그 반성에는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반성과 해명 중간중간 들리는 말들이 진실성을 깎아먹었다. 그 관계자는 “제가 생각할 때 우리 위원회는 너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우리 위원회처럼 깨끗한 조직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2017년이 다가오고 있다. 신년에는 대기업이라는 갑과 가맹점주·대리점주라는 을 사이에서 공정위가 이름처럼 공정한 거래를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그 첫걸음은 대기업 관계자나 로펌 변호사를 하루에 7번씩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와 대리점주를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