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정책 변화 주목…원유, 달러 등에도 관심 가져야
국내 증시는 올 한해 대외 변수에 휘둘리는 일이 잦았다. 연초에는 중국 경착륙 이슈가 국내 증시를 짓눌렀고 6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상승랠리 분위기를 꺾었다. 하반기에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과 기대가 공존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올해 국내 증시는 오랫동안 이어진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내년 국내 증시도 올해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소규모 개방 경제인 까닭에 국내 경기는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 원유 가격 움직임 등 올해보다도 더 큰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이러한 풍랑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도 국내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 증시는 트럼프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년 가장 눈여겨봐야할 이슈에 트럼프 정책이 가장 많이 득표하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신 행정부 정책이 실제 어떤 형태로 나올지 짐작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할 때마다 투자자들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또 한가지 챙겨야할 점은 기준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만을 높이다가 12월에 와서야 기준 금리를 올렸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연준 생각보다 살아나지 못한 원인이 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주요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강해졌다. 그리고 이는 내년 미국 기준 금리 인상 횟수와 폭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내년 미국 통화 정책 정상화 방향과 속도를 보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해야 한다.
유럽도 내년 증시의 뇌관이다. 우선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결속력이 약화하고 있다. 특히 반이민정서가 강해지면서 EU 국가들에 반EU 성향 정당이 득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향후 영국의 탈퇴협상 등으로 EU 체제가 약화할 경우 반세계화 기조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유럽 통화정책도 지켜봐야할 점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 매입 등으로 완화적인 기조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웃나라 중국도 내년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까닭에 국내 경제는 중국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올해 초 중국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했던 것을 상기하면 내년에도 중국 관련 정보는 챙겨놓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싸움이 격화할 것으로 보여 중국 기업 부채와 산업 구조조정에서부터 위안화 가치까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 지 확인해야 한다.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내년 증시 움직임을 가르는 중요 요소다. 특히 원유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장 1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위시한 비OPEC 국가 일부가 감산에 돌입한다. 당초 계획대로 감산에 성공을 한다면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감산 합의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급이 다시 늘어난다면 국제 유가는 다시금 힘을 못 쓸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달러 강세 지속 가능성, 인플레이션 회복 가능성, 신흥국 경기 움직임, 전체적인 산업 수요 확대 여부 등이 내년 증시의 향방을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뒷받침하고 국내 경제가 살아난다면 내년 증시는 지루한 박스권에서 탈출해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간헐적으로 나온다면 국내 증시는 올해와 같이 불확실성 탓에 투심이 위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