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장애인 장거리 버스 표준 모델 연구…장애인단체 “또 연구로만 끝낼 것” 시큰둥
장애인 탑승 시설 미비로 비난받았던 ‘달리는 퍼스트클래스’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채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운행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장애인 등 휠체어 이용자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첫 운행을 시작한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센트럴시티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 장애인 배려 좌석 확보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당시 회견에서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 편의시설 설치비용은 예산이 없다며 외면한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이 드는 프리미엄 버스를 도입한 것은 기만적인 태도”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운행 한 달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은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홍보하는 각종 서비스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제공하는 총 21개 좌석 중 장애인을 위한 좌석은 단 한 좌석도 없다. 휠체어 탑승 장치도 없다. 일각에서는 수익창출을 위해 장애인 좌석을 아예 빼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는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장비(휠체어) 설치에 대한 법률 규제가 없다.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3년간 80억 예산을 투입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 차량 표준모델 연구 진행 계획을 밝혔다. 길이 130㎝, 너비 70㎝에 탑승자 포함 무게 275㎏ 휠체어를 위한 승강 설비를 설치하는 버스 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목표다.
하지만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교통약자를 위한 시외·고속버스 이동 편의 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계속 요구했다”며 “하지만 항상 연구단계에 그쳤을 뿐 실제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국토부가 밝힌 연구 계획에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프리미엄 고속버스 관련해서 국토부가 명확한 개선 방향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상버스 관련 내년도 예산은 55조원이나 깎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의 시외 이동 보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내년에도 이동권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11월 이찬열 의원(무소속) 등 국회의원 11명은 장거리 노선버스 운송 사업자로 하여금 휠체어 탑승장치를 연차별·단계별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현재 운행 중인 노선버스에 휠체어 탑승 장치를 설치하거나 휠체어 탑승 장치를 설치한 신형 버스를 도입하는 경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4년에도 박인숙 의원 등 11명은 시외·고속버스 등 장거리 노선버스 운송 사업자로 하여금 해당 노선에 1대 이상의 저상버스를 운행하도록 하고, 비접이식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48시간 전에 예약했다면 휠체어 탑승 장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