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플랜트·자동차 이란과 연이은 ‘대형 계약’…전문가 “정부 이란진출 기업에 지원 늘려야”

지난 27일 대우조선해양 서울사옥에서 정성립 사장(오른쪽)과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차관 겸 IDRO 회장이 이란 조선소 개발에 대한 기본합의서에 서명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이란 특수’가 한국 경제 희망으로 떠올랐다. 침체 늪에 빠진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체가 이란과의 ‘통 큰 계약’을 이달 들어 연달아 따내고 있다. ​서방국 올가미에 묶여있던 이란 경제가 지난 1월 제재에서 풀려나면서, 그 반사이익을 한국 기업들이 누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넓은 소비시장과 막대한 자원을 갖춘 이란이 국내 중후장대 산업의 반전을 이룰 기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금융지원 등을 통해 이란 현지진출을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이란개발혁신기구(IDRO)와 이란의 조선소 개발사업에 대해 상호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IDRO는 이란의 산업광물통상부 산하 기관으로 이란의 국가 핵심산업인 자동차, 조선 등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5월 IDRO와 협력관계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기본합의서는 양해각서보다 한 단계 발전된 내용으로 양사 협력관계를 구체화했다.

극심한 수주난을 앓고 있는 대우조선으로선 이번 합의가 ‘가뭄의 단비’다.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현지 조선소 개발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반사항에 대해 모두 협력하게 된다. 대우조선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란 조선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합의 체결로 대우조선 선박건조에 대한 기술력과 조선소운영 경험을 이란에서 인정받았다”며 “협력 관계를 통해 향후 이란에서 신규 선박이 발주될 경우 대우조선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란발 훈풍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이란 소재 선사인 이리슬(IRISL)사와 1만4500TEU급 컨테이너선 및 4만9000톤급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총 10척, 7억불(약 8459억원)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컨테이너선, PC선을 건조해 오는 2018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계획이다.

조선업계는 이란이 향후 신규 선박 발주를 계속 늘려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2위와 4위에 달하는 자원 부국이다. 경제제재 고삐가 풀린 후 이란 내 원유와 가스 등 자원과 상품의 물동량이 늘면 선박 수요는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란 시장은 조선업계에서 특히 주목되는 시장이다. 자원부국으로서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물동량 증가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수주절벽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 강화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열린 이란 모터쇼에 전시된 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 / 사진=쌍용자동차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도 이란 특수에 웃었다. 대림산업은 29일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에 대한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했다.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수주했으며 총 수주금액은 2조3036억원이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자동차에서는 쌍용차가 이란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는 지난해 10월 마슈하드(Mashhad) 모터쇼를 통해 이란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그 후 티볼리는 약 1만대의 계약을 확보하는 등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까지 티볼리 이란 수출물량은 올해 단일국가 최대 수출(6673대)을 달성했다. 이 덕에 쌍용차는 지난 11월까지 이란 누적수출량이 6823대를 기록, 연말까지 8000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700%의 기록적인 성장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한-이란 경제협력의 경제적 효과와 한국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수출과 현지 투자를 상호 연계해 경제협력을 확대할 경우 2025년까지 10년간 총 수출액은 845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침체 늪에 빠진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게 성장잠재력이 큰 이란시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부가 금융지원 등을 통해 국내기업의 현지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한·이란의 경제협력의 경제적 효과는 수출과 현지 진출이 함께 이뤄질 때 극대화된다. 현지 투자와 수출을 상호 보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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