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전망도 부정적…중소기업·내수기업 심리는 악화 심화
얼어붙은 국내 기업의 체감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내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는 기업들이 다수다. 특히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 부문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수출 기업보다는 내수 기업이 내년 업황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 ‘길어지는 겨울’ 기업 체감경기 악화 지속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BSI)’에 따르면 제조업 12월 업황BSI는 72로 지난달과 동일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4로 지난달보다 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이 지수가 100 이하인 경우에는 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기업 수가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수보다 많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체감 경기 악화는 올해 하반기 내내 지속되고 있다. 계절적 특성을 고려한 계절 조정 제조업 업황BSI를 보면 하반기 내내 장기평균 업황BSI 80을 넘지 못했다. 12월이 75로 최대치였지지만 장기 평균치와는 5포인트 차이가 난다. 장기평균 업황BSI가 2003부터 2015까지의 업황BSI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체감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반기 비제조업 계절조정 업황 BSI도 장기 평균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 악화 정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 12월 BSI는 80으로 전월보다 3포인트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 12월 BSI는 62로 전월보다 2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장기평균과의 괴리도가 대기업은 장기평균 86에 비해 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중소기업은 장기평균 77보다 15포인트나 낮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격차도 두드러졌다. 수출기업 12월 업황 BSI는 76으로 전월보다 4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내수기업 12월 업황 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줄었다. 올해 6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업황 BSI가 71로 같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내수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수출기업보다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가장 큰 경영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수출부진과 기업 간 경쟁심화가 그 뒤를 이었다”며 “내수부진과 환율의 답변 비중은 하락한 반면,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수출부진을 선택한 기업의 비중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 경제 전망 악화에 내년 업황도 부정적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는 게 기업들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주된 요인이다. 이날 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제시했던 3.0%에서 2.6%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성장률 2%는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낮춘 주된 이유로 내수둔화를 꼽으면서 내년 내수는 유가상승과 금리상승 압력 등으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내년 민간소비가 올해(2.4%)보다 더 위축돼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세계교역량 회복, 주력상품 업황 개선 등으로 다소 개선되겠지만 중국 성장세 둔화, 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으로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내년 초 경기부터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71로 11월에 조사한 12월 전망치(72)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대기업의 내년 1월 업황 전망 BSI는 79로 올해 12월(80)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중소기업이 예상하는 1월 업황 BSI는 60으로 12월(62)보다 2포인트 낮다. 수출기업 1월 전망 BSI는 77로 12월(76) 대비 1포인트 올랐지만 내수기업 전망은 이번 달(70)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비제조업 1월 업황 전망 BSI는 72로 올해 12월(72)과 같았다.
기업들이 예상하는 내년 전체 경기 상황도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내년 기업경기 전망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81로 여전히 100을 밑돌았다. 비제조업의 업황전망 BSI는 79로 제조업 업황전망 BSI에 미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 BSI가 87로 나왔지만 중소기업은 73에 머물렀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내년 업황전망 BSI는 각각 87, 79였다.
다만 올해 실적BSI와 비교하면 심리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전체를 놓고 보면 내년 업황전망 BSI(81)는 올해 실적 BSI인 78보다 3포인트 높다. 특히 수출기업 내년 업황 전망 BSI(87)는 올해 실적 BSI인 79보다 8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하세호 한국은행 기업통계팀 과장은 “업황 부진이 내년에 소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