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키위 등 아세안 아이돌 앞세운 현지화 전략…CJ E&M은 합작법인 설립

CJ E&M이 태국 현지화 전략으로 내놓은 영화인 태국판 '수상한 그녀' 스틸장면. / 사진=CJ E&M

8월부터 본격화한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논란으로 케이팝(K-POP) 성장세가 주춤하다. 이 사이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에이팝(A-POP)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태국, 베트남 등 이른바 아세안(ASEAN) 지역 내 한류 인기가 여전한 덕이다. 이들 국가에서 자국 콘텐츠 소비가 활발한 까닭에 국내 엔터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29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엔터기업들의 동남아시장 공략 방식이 현지화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규모가 큰 엔터기업들의 보폭이 커졌다.

이중 태국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 기자가 동남아 엔터업계 취재할 당시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태국이나 베트남은 해외 콘텐츠 수입에 적극적이면서도 자국 콘텐츠 내수 소비가 큰 곳”이라며 “태국은 워낙 콘텐츠에 개방적인 문화인데다 소비력도 높아 중국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을 진출하는 양상과는 다른 면모도 엿보인다. 핵심은 현지화다. 키위미디어그룹(이하 키위)은 태국 최대 한류 쇼핑몰 운영사인 쇼디시(SHOW DC), 공연기획‧연예인 아카데미 업체 A9과 양해각서를 지난 15일에 체결했다. 키위는 가수 이효리 등이 소속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키위는 동남아시아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방송 더 아시안 아이돌(THE ASIAN IDOL) 제작 등, 동남아 아이돌 그룹 발굴과 육성을 위해 약 200억원(약 6억 바트)을 투자한다. 더 아시안 아이돌은 내년 상반기 중 방영될 전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제작과정을 전면적으로 공개해서 로열티 강한 팬덤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정수 키위 이사는 “K-POP을 넘어선 A-POP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이 가능한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한류 콘텐츠 사업의 장점은 수년간 축적된 팬덤 기반의 데이터 분석 역량,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역량, 디지털 기반 마케팅 역량”이라며 “한국 엔터 기업들이 이러한 요소를 주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급부상 중인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4월 국내 1위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보이 아이돌그룹 NCT를 등장시켰다. SM엔터는 NCT 발표회에서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를 무대로 하는 팀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NCT는 하나의 곡을 여러 나라 언어로 동시 발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극대화 한 아이돌그룹이다.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멤버 영입을 자유롭게 하고 수를 제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한류 현지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보이그룹 H.O.T를 중국에 진출시켜 케이팝 열풍에 불을 지핀 이 프로듀서가 현지화를 새 키워드로 제시한 모양새다.

현지화라는 단어는 CJ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성수 CJ E&M 대표는 베트남과 태국 진출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을 때마다 “국가별 핵심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화 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CJ E&M은 10월에 태국에서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CJ E&M은 태국 CP그룹 산하 통신방송 계열사인 ‘트루그룹(True Corporation)’의 자회사 ‘트루비전스’와 태국 현지 미디어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트루 씨제이 크리에이션스(True CJ Creations)를 설립했다. CP그룹은 한해 매출 60조원으로 태국 재계순위 1위다.

앞서 CJ E&M은 태국 1위 극장 사업자인 메이저 시네플렉스 그룹과도 손잡고 영화 투자제작 합작 회사 CJ 메이저 엔터테인먼트를 3월에 설립한 바 있다. 여기서 처음 내놓은 영화는 국내에서 흥행한 수상한 그녀의 태국판인 다시 또 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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