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은행 인사에 여성임원 전무…KB금융 박정림 부사장만 살아남아
신한·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권 임원 인사가 단행되고 있지만 신규 여성 임원 배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여성 임원이 있는 금융지주는 KB금융 뿐이다. IBK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이 퇴임한 상황에서 김성미 부행장마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내년 이후 국내 주요 은행에 여성 임원 대부분이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 신한·KB금융·하나금융지주는 신규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았다. 시중은행과 역할을 같이 하는 기업은행은 이날 김도진 신임 행장이 취임하면서 1월 중순 중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지만 새로 여성 임원을 선임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금융권에 남아 있던 여성 임원 비율이 제로(0)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시중은행 중 유일한 여성임원인 박정림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은 이날 지주 자산관리(WM)총괄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또 은행 WM그룹 부행장을 겸직하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KB금융 부사장에 신규 선임되면서 지주, 은행, 증권 3사 WM부문을 총괄 겸직하게 됐다"며 "윤종규 회장의 첫 경영실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 조직개편 및 인사 단행 내용을 보면 여성 임원이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조직개편을 보면 여성 임원 비율 제로 수준이다.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내년부터 이어질 새로운 남자 임원진만이 앞으로 지주와 은행을 이끌어가게 됐다.
기업은행은 최초 여성 은행장을 배출했고 이후 여성 부행장도 배출하며 유리천장이 깨지는 조직으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권 행장이 지난 27일 이임식을 끝으로 김도진 신임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다시 유리천장이 견고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김성미 기업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임기도 내년 1월 20일이면 만료된다.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내부에선 김도진 신임 행장이 새롭게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미 부행장을 비롯해 대규모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여성 행장과 여성 부행장을 동시에 가졌던 기업은행이 내년부터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남자 임원으로만 꾸려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부행장 연임이 꼭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임기가 끝나면 떠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새로운 행장 체제가 오늘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에 은행 부행장 3명 중 2명을 교체하고 전무 3명을 승진시키는 큰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부행장에 승진한 임원 중에 여성 임원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국내 5대 은행 임원은 총 92명이다. 이들 가운데 박정림·김성미 부행장만이 여성 임원이다.
한 은행 여성 임원은 "여성들이 은행에서 부행장이나 행장까지 오르기란 굉장히 힘들다"며 "과거와 비교해 은행이 여성이 일하기 좋아졌지만 변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능력을 봐도 뛰어난 여성 뱅커가 여러 이유로 은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남자보다 뛰어나도 정치적인 면에서 떨어질 수 있어 승진이 어려운 점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