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와 WM 성장축 삼아…빠른 조직 정비 통한 효율성 극대화가 관건
올해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운 미래에셋대우(이하 통합사명)와 KB증권이 정유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사 1위와 3위로 올라선 이들은 대형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공통된 전략을 갖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는 IB와 WM을 융합한 새로운 조직 형태를 내놨고 KB증권은 IB와 은행 계열사 연계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내년 두 증권사는 합병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얼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복되는 업무를 없애고 기업문화를 안착시키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 미래에셋대우 ‘IB·WM 전문화’ vs KB증권 ‘CIB(은행·증권 통합금융 회사)로 진화’
통합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 새해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내년 첫 거래일인 1월 2일에 맞춰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선다. 두 회사는 부점장, 부서장급 등 인사 인선을 마무리 중에 있고 IT시스템 통합 작업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내년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예열이 끝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공통적으로 IB와 WM 부문을 성장 축으로 세웠다. 앞서 진행된 수장급 인사에서도 이러한 전략이 나타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3인 각자 대표체제로 통합 첫 발을 내딛는데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마득락 사장이 각각 IB와 WM 부문을 총괄키로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은 관리부문을 맡으면서 두 조직을 이끈다.
KB증권 역시 IB와 WM에 중점을 두고 선장을 뽑았다. 현대증권은 지난 11월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통합 KB증권의 초대 사장에 윤경은·전병조 대표를 추천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WM부문과 S&T(세일앤트레이딩)부문,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하고 전 대표는 IB와 홀세일(WS)부문을 맡는다.
IB와 WM을 두 축으로 세웠지만 세부적인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를 융합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 11월 신개념 채널인 IWC(Investment Wealth-Management Center)를 신설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IWC는 고객에게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 신성장 동력 분야 투자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자산운용에 강한 미래에셋증권에 IB에 강한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역량을 더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IB부문은 따로 둬 기업금융(IB1부문)과 프로젝트금융(IB2부문)으로 나눠 전문화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은행 계열사를 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전략이다. KB증권은 WM과 더불어 CB에 IB를 덧붙인 CIB로 조직을 강화했다. CIB는 대출과 예금, 외환 등의 기업금융상품에서부터 인수합병(M&A), 인수금융 관련자문,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기업공개(IPO) 등 증권사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금융서비스형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 씨티, 웰스파고, 등이 이러한구조로 전환했다.
◇ “관건은 빠른 정비 통한 시너지 극대화”
두 회사가 내년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KB증권은 합병과정에서 일어난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후유증을 단기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직원들의 불안 심리와 눈치보기는 업무에 있어 부정적인 까닭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KB증권 통합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약 220명을 줄인 상태다. 더불어 정비된 출발을 하기 위해선 현대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염가매각 논란도 이른 시일 내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 자사주 매각 가격을 놓고 현대증권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불만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대우와 합병하면서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에 별도의 합병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 급여와 복지 수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본사 영업직의 계약직 전환 등 미래에셋대우에도 동일한 인사제도를 적용키로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대 조직이 합쳐진 까닭에 조직 움직임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전략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증권사 최근 추세에서는 업무 중복, 업무 환경 적응, 서로 다른 임금 체계, 기업 문화 정착 등 정비해야하는 항목과 시간이 많아질 수록 불리하다”며 “두 회사가 당초 합병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이런 효율화 작업을 어느정도 빨리 끝내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