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니로 등 가솔린 직분사 엔진 장착…미세먼지 배출 디젤차 10배
미세먼지가 문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차로 분류됐던 디젤차가 친환경차 지위에서 내려온 것도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이에 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조합된 하이브리드자동차(HEV)가 클린 디젤 이후의 친환경차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올해 11월까지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6%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앞으로는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시 미세먼지 탓이다.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 성장을 이끈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는 구동모터에 더해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을 사용한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디젤 엔진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당장 내년 9월부터 디젤 엔진에만 적용했던 미세먼지 배출 규제를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도 적용키로 했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연소실인 실린더 안에 연료를 직접 분사해 같은 배기량의 기존 엔진보다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디젤 엔진 구동 방식과 같은 직분사로 인해 미세먼지 배출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유럽 시장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현대차가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유럽 출시 한 달여 만에 복합연비 등 상품성을 바탕으로 이른바 하이브리드 원조라고 불리는 도요타 프리우스 판매량을 바짝 뒤쫓았지만, 9개월 뒤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클럽 아데아체(ADAC)가 내년 9월 EU가 시행하는 새 연비측정법에 따라 배기가스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미세먼지 배출량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요타 프리우스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기준치보다 적게 나왔다. 차량 구동에 1.8ℓ 더블오버헤드캠샤프트엔진(DOHC)을 사용하는 도요타 프리우스와 달리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구동 엔진으로 카파 1.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사용하는 탓이다. EU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대해서만 미립자 필터의 장착을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도입되면 그에 맞게 차량을 개발하는 형식으로 자동차는 발전해 왔다”면서 “이번에도 당연히 미세먼지 배출량 규제에 맞게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예정이므로 친환경성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규제가 EU와 동일하게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EU가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를 2013년 도입하자 한국은 이듬해인 2014년 곧장 유로6 규제를 국내 디젤차 시장에 적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솔린 직분사 엔진 미세먼지 배출 규제가 국내에 적용되면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차가 받는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차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데 더해 대부분 차량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1만7081대가 팔리며 국내 하이브리차 시장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린 기아차 니로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카파 1.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2개 차종도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구동에 활용한다.
수입 하이브리차 판매를 주도하는 도요타와 렉서스 하이브리드차 대부분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하이브리드카가 총 1만4104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299대와 비교해 69.9% 증가한 수치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를 이끈 렉서스 NX300h는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 RX450h는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렉서스 NX300h와 마찬가지로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장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채택한 국산 하이브리차의 친환경성이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크기가 지름 10㎛ 이하로 작아 사람의 호흡기에 직접 침투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 대부분이 미세먼지 배출에 있어 좋은 결과를 냈지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채택한 아이오닉과 니로 만큼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현대·기아차가 미세먼지 배출 기준에 맞게 필터를 장착하는 등 대책을 내놓겠지만 현재로서는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라는 공식이 적절치 않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