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기조 대응할 '조직 슬림화' 강조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했다. 기업은행은 연속으로 세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다. 김 신임 행장은 취임식 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영업점을 과감히 없애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는 '경영 슬림화'를 역설했다. 비이자이익을 높여 이자이익에 매달리는 구조를 줄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행장은 28일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재의 금융환경은 풍전등화"라며 "어느 한 부분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취임사에서 어려워진 금융 환경을 설명하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에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행장은 조직 내 존재하는 낭비 구조 개선도 밝혔다. 그는 기업은행이 양적 위주의 성장을 이루면서 경쟁 은행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조직 슬림화는 김 행장이 내세우는 경영 방침이다. 

이에 그는 기업은행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재점검할 것을 밝혔다. 김 행장은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그만 접어야 할지 꼼꼼히 성과를 따져야 한다"며 "하지 말아야 할 일, 방향이 잘못된 사업을 열심히 하는 것은 조직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행장은 "저금리, 저성장 장기화는 이자수익의 급격한 축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외환과 IB, 신탁 등 부문에서 수익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업채널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적자점포를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수익에 편중된 구조를 바꿀 계획도 전했다. 김 행장은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구조를 하루빨리 바꿔나가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비은행부문이 기업은행에 20% 이상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주 전 행장이 양적 성장에 치중해왔다면 김 신임 행장은 양적 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경영 계획을 강조한 셈이다.

또한 그는 "동아시아 금융벨트를 완성하고 해외이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은행과 자회사 상호 간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인사 방침 기준도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현 전무이사와 부행장 임기가 내년 초에 만료된다. 박춘홍 전무(수석부행장) 등 4명의 임원이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 행장은 "내부 줄서기와 처신에 능해서 또는 연고와 연줄이 있어서 승진했다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모든 인사는 실적이 중심이 되도록 해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선 노조와 소통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 부행장은 "기업은행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타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당장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7일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사측을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김 행장은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 "지주사 전환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며 "은행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에서 조준희 전 행장,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3차례 연속으로 내부 출신 은행장에 임명됐다.

김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남부지역본부장, 남중지역본부장, 전략기획부장 등을 거쳐 2014년 1월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이 됐다. 기업은행 주요 보직을 거치며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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