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과정 도마 위…CJ헬로비전, 합병 불발 후유증 여전
합병 발표부터 불발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합병 찬반을 놓고 논쟁이 불붙었다. 케이블TV 업계는 합병이 어떤 상승효과를 낼 지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것은 시작일 뿐 통신과 케이블 업계 융합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반면 이동통신사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연합군을 형성해 SK텔레콤에 대항했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까지 진입하면서 케이블TV나 콘텐츠 시장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시장 독과점 구조를 심화할 것이라고 두 업체는 주장했다. 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쥐었다. 공정위는 합병이 공정경쟁을 해칠 지를 심사했다. 심사 초기 공정위가 결국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합병을 반대할만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SK텔레콤 대관팀 관계자들은 언론사들을 돌며 "KT와 LG유플러스가 애써봤자 소용 없다. (합병 승인 과정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며 승리를 낙관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떠트렸다.
공정위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입장을 바꿨다. SK텔레콤과 CK헬로비전은 4월 심사 완료를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단계인 공정위 심사결과가 6월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결국 합병을 반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7월 합병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합병 불허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 지시로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그룹이 30억 원을 역제의하자 최순실씨가 거부해 SK그룹은 해당 건에서 빠지게 됐다. 합병 불허는 괘씸죄라는 말이 돌자 공정위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공정위 심사 과정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또 정재찬 위원장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곧 발표한다고 말해놓고 시간을 끄니 의심을 받을만 했다. 미국 IT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기존 방식으로 평가하면 금방 끝날 심사를 공정위는 비정상적으로 시간을 끌었”며 “적법성 여부 말고 정치적 요소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합병 불발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장밋빛 꿈은 잿빛이 됐다. 특히 CJ헬로비전은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이 IPTV(인터넷 프로토콜TV) 위주로 꾸려지면서 합병 불발 이후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