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영역 진출할 교두보 단번에 구축…위기 벗어날 돌파구 역할 주목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미국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 랩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한창일 때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삼성전자가 비브랩스를 인수한다 했을 때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해당 빅 딜을 주도한 인물은 삼성전자 내에서 소프트웨어에 가장 밝은 인물로 여겨지는 이인종 부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기존 자사 제품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막강 하드웨어 경쟁력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비브 랩스가 삼성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 역시 삼성이 가진 하드웨어 경쟁력 때문이었다.
두 회사가 합작해 내놓는 첫 제품은 내년 4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8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오픈 플랫폼 성격을 지닌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S8은 특정 어플리케이션 없이 스마트폰 자체로 주인의 음성을 알아듣고 음식도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8을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전제품에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비브 랩스로 인수로 단번에 구글 어시스턴트나 애플 시리와 함께 음성 인공지능 기술 선점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게 됐다.
◇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 80억 달러 인수…역대 최대 빅딜 성사
비브 랩스 인수 발표 한 달 후 삼성전자는 더욱 큰 빅딜을 발표한다.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금액은 80억 달러로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다.
자동차 전장 사업을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분야에선 신생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가뜩이나 자동차 전장사업은 기존 완성차 회사와 전장 기업 간 신뢰 관계가 돈독해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고성능 제품을 개발한다 해도 BMW나 아우디가 기존 회사와 계약을 끊고 해당 제품을 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사업은 삼성전자 기존 비즈니스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과 고객을 갖고 있어 자체적 육성이 쉽지 않았다”며 “하만 인수는 시간을 벌어준 적절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내년부터 당당히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내노라하는 고객들을 끌어안고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7년 3분기까지는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며 “인수 후에도 하만은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두 건의 빅 딜을 통해 신사업 영역에 진출할 교두보를 단번에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2017년까지 이어질 최순실 및 갤럭시노트7 악재 속에서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