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철광석·구리 등 조정국면…중국 경기 회복여부가 관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산업 원자재 가격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석탄과 철광석 가격이 급락했고 구리와 니켈 가격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는 원자재 가격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보다는 원자재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7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표한 12월 셋째 주(19~23일) 광물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은 톤당 78.86달러로 전주 81.83달러보다 3.6% 떨어졌다. 주간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10월 둘째 주(10~14일) 이후 처음이다. 석탄 가격 역시 지난달 톤당 64달러선에서 이달들어 60달러대 초반으로 내려 왔다.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이달 5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1파운드당 296.80에서 27일 246.60달러로 16.9% 떨어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현물도 지난달 28일 톤당 2900달러에서 이날 2577달러로 11.1% 하락했다. 알루미늄과 니켈 가격 역시 한 달새 10% 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시장 예상과는 다른 방향이다. 시장은 당초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 제조업이 확장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실제 이달 1일 발표된 중국 11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7이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 51을 뛰어 넘은 것으로 2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단기적으로 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를 앞두고 한산한 거래 속에 투자자들이 그동안 올랐던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 역시 “철강재 가격 상승에 투기 수요가 겹치면서 그간 철광석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며 “중국이 최근 스모그로 인해 철강 생산을 제한하면서 원료인 철광석 가격도 내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할지 여부는 중국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도날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국 구리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구리 수요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수요가 둔화한다면 구리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생산 측면에서도 중국은 중요하다. 중국은 그동안 공급 과잉의 주범이었다. 저가 물량 공세를 위해 원자재 생산 규모가 컸다. 중국 내부에서도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 구조조정을 해왔다. 하지만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석탄 트레이더들은 계절적인 영향 등으로 인해 내년 중국 석탄 생산량이 지속해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석탄 채탄량은 5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동안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순수하게 수요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중국 투기 세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달러 대비 위안 절하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달러 표시 원자재를 대거 사들였다”며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실제 수요가 발생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