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승무원 비율 10%로 턱없이 낮아…사설 경호원 의무탑승 고려를
그러나 정작 일선에서 근무하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장소가 협소한 기내에서는 테이저건 발사 자체가 어렵다”며 사측이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내놨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정부가 기내 안전을 위한 경호원 의무탑승 및 남자승무원 의무배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은 27일 테이저건 사용절차 완화안 등을 담은 기내 안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기내 난동 상황에 실제 대처하는 훈련 등 관련 승무원 교육내용을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마련한 기내 안전 개선 대책은 ▲기내 난동 발생 시 조기 진압 위한 테이저 사용 조건·절차 및 장비 개선 ▲전 승무원 대상 항공보안훈련 강화 등이다.
대한항공이 이 같은 기내 안전 개선 대책을 내 놓은 이유는 최근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 및 다른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내 난동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오후 2시 반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한 여객기(KE480편) 프레스티지석(비지니스석)에 탔던 한 한국인 남성이 위스키 2잔 반을 주문해서 마신 뒤 오후 4시 20분부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이 난동을 제지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자 이를 보다 못한 주변 남자 승객들이 나서서 주취자를 제압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해당 여객기에 탑승해있던 미국 유명 팝가수 리차드 막스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항공 승무원의 미숙한 대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당시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보이거나 승객들에게 위해가 갈 위험이 있을 경우에 테이저건을 사용한다. 이번 경우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사용을 못한 것”이라며 “테이저가 전기충격기이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밀집해 있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랬던 대한항공이 불과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기내 난동 상황에서 테이저건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선 승무원들은 “기내 상황을 모르는 임신방편을 발표한 것”이라며 항변한다.
27일 3년차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김가영(익명)씨는 “아무리 큰 대형기라도 승객 간 거리가 매우 협소하다. 특히 난동까지 벌어진 상황이라면 사람이 뒤엉켰다는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테이저건을 마음껏 사용하라는 것은 주변 승객 안전을 고려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너무 근시안적인 개선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내 탑승 여승무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무기 사용폭을 늘리는 것은 효용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테이저건을 사용하려면 폭력을 행사하는 승객을 한 공간으로 몰아넣거나 제압해야 하는데, 여승무원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대안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완력을 이용해 제압이 가능한 남성 승무원이나 사설 경호원을 비행기마다 의무 배치하는 제도다. 대한항공 승무원 6800명 중 남성 비율은 10% 수준인 700명에 불과한데, 이 같은 남녀성비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윤호 변호사는 “미국에 경우 911 테러 이후 승무원을 폭행하면 최대 징역 20년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기내 안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한 상황”이라며 “테이저건이라는 무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테이저건 사용으로 난동자가 신체적 피해를 당했다고 해도 테이저건 사용 승무원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 법적인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항공사 측이 기내 승무원 대부분을 여성으로 채워야하는 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기내 난동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남성승무원이나 경호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