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속 포스코 정상화 업적 뚜렷…최순실게이트 연루의혹도 어느 정도 털어
포스코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철강업체다. 현재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제 8대 회장직에 오른 권오준 회장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 사상 첫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2014년 3월 권 회장이 취임할 당시, 포스코는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포스코 영업이익은 2008년 7조1739억원에서 2013년 2조9960억원으로 60%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7.2%에서 4.8%로 주저앉았다. 부채비율은 65.2%에서 84.3%까지 늘었다. 주가와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권 회장 역시 출발이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권 회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줄곧 연구개발에만 몸 담았던 연구원 출신으로 종합적인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포스코 회장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권 회장은 취임직후부터 포스코 전면 개선 작업에 나서기 시작한다. 권 회장은 ‘POSCO the Great’를 기치로 내걸었다. 과거 포스코가 누려왔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취임식에서 권 회장은 “포스코는 앞으로 고객 요구에 선제 대응하고 해양 에너지강재, 고기능 후판 등 전략제품 판매를 확대해 글로벌 철강사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또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은 중단 및 매각하거나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급여 30% 삭감 카드까지 내놓으며 임직원의 분발과 새로운 각오를 촉구했다. 임원진도 개인별로 임금을 10~25%까지 삭감했다.
◇포스코 정상화를 위한 권 회장의 노력
권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선택과 집중’을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포스코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업은 정리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한다는 전략이었다. 권 회장은 2014년 5월 자신의 첫 기업설명회(IR)에서 “포스코를 뺀 모든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는 2014년 8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함으로 구조조정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포스코는 특수강 매각으로 현금 6000억원을 확보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가 각각 마산과 베트남에서 갖고 있던 백화점도 팔았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가 소유한 포스타워 건물과 부지도 처분했다. 이로써 권 회장 부임 1년 동안 포스코는 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권 회장은 2014년 이후 54개 계열사와 44건의 자산을 정리 또는 매각해 총 98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권 회장은 2017년까지 95개 계열사와 54건의 자산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몸집을 줄인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과 솔루션 마케팅에 집중했다. WP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10% 가량 높다. 포스코 전체 철강재 판매에서 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1분기 36.5%, 2분기 37.7%, 3분기 39.6%, 4분기 39.7% 등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44.5%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는 48%까지 늘어났다. 포스코는 이를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철강재 판매와 기술 및 인적 솔루션 등을 연계한 솔루션 마케팅 판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솔루션 마케팅은 단순 제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포스코의 지난 1분기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은 85만6000톤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6만5000톤과 비교해 84% 늘었다.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4년 2분기 연결기준 86.8%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70.4%까지 떨어졌다. 차입금도 26조9740억원에서 21조761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3분기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연결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올해 3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개별 기준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해 2011년 3분기 이후 20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가야할 길은 ‘구만리’…연임 성공 여부가 ‘관건’
포스코 회장직 임기는 3년으로 내년 3월이면 권 회장의 임기는 종료된다. 권 회장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최근 연임의사를 밝혔다. 진행하던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그는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지난 3년간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아 있는 과제를 완수하겠다”며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포스코가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연임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기정사실화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관련 기업에 포스코가 오르내렸고 권 회장의 이름도 언급됐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건 최순실 게이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권 회장은 차은택 씨의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또 회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진실을 말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의 중간 조사 발표로 권 회장의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최순실씨 공소장에서 권 회장과 황은연 포스코 사장이 펜싱팀 창단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최 씨 등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업황 부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제품 가격이 반등하며 오래간만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호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글로벌 철강산업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포스코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철강시장 전망은 어둡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철강재에 대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전방산업의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적으로도 위험 요소들이 많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중국 소비부진의 반작용으로 중국산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복수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의 연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보통 CEO의 연임은 실적으로 결정된다”며 “권 회장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역대 포스코 CEO들도 대부분 첫번째 연임에는 성공했다”며 “권 회장 역시 이번 연임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설비 증설 등 확장 정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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