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대상에 오뚜기까지 올 실적 선방…매출 2조 기업 늘어날 듯
한반도에도 인구절벽이 현실화하면서 대표적 내수사업인 식품업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공룡은 덩치 덕에 별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에서 오뚜기까지 2조원 넘는 매출을 내는 기업들이 포진한 식품업계 얘기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해 마감을 며칠 앞둔 시점서 대형업체들의 최종성적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식품업계 황제주인 CJ제일제당은 고공성장세를 지속하며 14조원 시대를 열어젖힐 전망이다. 식품 사업 내에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간편식(HMR)의 선전이 핵심동력이 됐다. 햇반컵반과 비비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이 금융당국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10조 82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조 6500억원이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CJ제일제당은 14조 5000억원 안팎의 누적매출액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12조 9200억원의 최종성적표를 받았다. 1년만에 1조 5000억원이 넘는 성장폭을 내보인 셈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 예상실적을 두고 “편안한 4분기다. 내년 그림도 좋다”고 한 마디로 갈음했다.
규모 차이는 크지만 CJ제일제당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대상의 성장세도 눈길을 끈다. 대상 분고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까지 대상의 누적매출액은 2조 145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조 9840억원이었다. 이 추세를 이어가면 대상의 올해 매출액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분기 라이신 매출액 감소로 영업적자가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품부문의 견고한 성장세 덕을 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제과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했지만 공룡 지위는 유지할 전망이다. 오리온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 753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 7780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의 2조 38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국 제과부문 매출액이 3.8% 늘어난 3512억원으로 예상된다. 춘절 판매효과가 반영되고 광고판촉비 절감에 따른 실적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라면과 제과를 양대 포트폴리오로 삼은 농심도 2조 공룡의 위세를 여전히 떨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 643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 6150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새로 출시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선전하는 덕에 지난해(2조 1800억원)보다 조금 오른 최종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무섭게 추격하는 오뚜기는 올해 식품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오뚜기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시내용을 보면 3분기까지 오뚜기의 누적 매출액은 1조 52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핵심 동력은 라면판매다. 올해 1분기 한때 오뚜기는 라면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현재는 23~24% 수준이다. 오뚜기의 공세 덕에 60% 점유율을 지키던 농심도 영토를 일부 내준 채 56% 안팎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3분기 오뚜기의 매출액이 516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오뚜기 누적 매출은 2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진짬뽕 등 프리미엄 라면의 성수기가 겨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분기 매출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오뚜기의 최종성적표는 1조 8800억원이었다.
농심보다 라면이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농심의 라면 매출 비중은 60%를 넘는다. 반면 오뚜기는 30% 안팎이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미래형 먹거리 산업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서 강점을 지닌 오뚜기가 앞으로 매출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소스류 시장서 강세인 점도 대형호재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의 공세적 해외출점과 쉐이크쉑 성공까지 겹친 SPC는 4조원이 넘는 한해 매출액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의 ‘식품형제’ 롯데칠성과 롯데제과도 독자적으로 2조원이 넘는 매출액 성적표를 보게 될 전망이다. 이래저래 식품가 공룡들의 목소리가 한반도에 울려퍼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