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소환…청와대 지시 받고 국민연금 찬성 지시 혐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과 관련한 제3자 뇌물죄 의혹의 연결고리 완성에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검팀은 27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이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저희가 입장을 설명해 드렸던 걸로 안다. 특검에서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라고 소관부서 및 실무자에게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옮긴 것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조사한 복지부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종용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청와대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현재 의심받는 연결고리로는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다. 특검팀은 전날 1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문 전 장관과 김 전 비서관의 자택도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앞서 문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안종범 전 수석도 27일 오후 특검팀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묻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그의 업무일지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부분도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실제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에 있었던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독대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도 물어보고 있다.

 

특검팀 구상대로 이들에 대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박근혜(대통령)→안종범→문형표→홍완선(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완성된다. 이 경우 삼성 측의 최순실씨 지원 배경만 확인되면 박근혜(대통령)→삼성→최순실로 이어지는 제3자 뇌물죄 입증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했다는 것이 삼자연대 의혹의 핵심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지원했고 이와 별도로 최씨 측에 100억원가량을 별도 지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최씨 측에 협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6일 청문회에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현재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삼성의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도 조사를 마쳤다. 장 사장이 미래전략실 2인자임을 감안하면 특검의 칼날은 향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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