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점유율에도 불안한 농심 전격 인상 단행…내년 2분기께 오뚜기도 가세 전망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라면전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농심은 해가 끝나갈 즈음 가격인상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면서 전쟁 2라운드의 서곡을 울렸다. 56%의 점유율에도 2위의 거센 도전 탓에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새 점유율을 7% 이상 끌어올린 오뚜기도 내년 상반기 안에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심은 한해 마감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20일부터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농심의 주력 브랜드 18개는 평균 5.5% 인상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농심은 이와 관련해 “2011년 11월 마지막 가격조정 이후 누적된 판매관련 비용,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줄었을 때 라면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농심의 이 같은 설명은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와 비교해 농심 라면 브랜드의 물량 충성도는 높고, 판촉에 의한 구매 비중은 낮기 때문에 가격인상 후에도 물량변동은 적을 것”이라며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농심이 인상의 첫 번째 요인으로 판매관련 비용 누적을 제시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농심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판관비는 4600억원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누적 판관비는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의 금액(5537억원, 5118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인상소식이 전해진 이후 증권가에서는 판관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보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희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판관비 지출이 증가할 전망인 만큼 제품 가격인상에 따른 수익개선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판관비 증가는 국내 라면시장 경쟁 격화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상황을 읽어야 판관비가 앞서 제시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 자료와 농심의 금융당국 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3분기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56% 안팎이다. 2014년과 2015년 점유율은 각각 64.3%와 61.5%였다. 해가 갈수록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기간 동안 농심이 흥행브랜드를 연이어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 1월과 4월에 연이어 출시된 우육탕면과 짜왕은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짜왕은 출시 9개월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8월 내놓은 보글보글부대찌개면도 성공작으로 꼽힌다. 그만큼 2위 오뚜기가 선전했다는 얘기다.
AC닐슨 자료와 오뚜기의 금융당국 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3분기 오뚜기 점유율은 22% 안팎이다. 1분기 한때는 25%를 넘어섰다. 20% 안팎이던 지난해 3분기보다 완연하게 오르는 모양새다. 2013년까지 오뚜기 점유율은 15%에 그쳤었다. 오뚜기 측은 메가브랜드로 떠오른 진짬뽕이 출시 1년 간 1억 7000만개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4년 13% 안팎이던 3위 삼양식품의 점유율은 올해 3분기 10.2%로 내려앉았다.
결국 3위가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2위 오뚜기가 진짬뽕 등 연이은 흥행브랜드를 등에 업고 거세게 추격하면서 1~2위 대결이 가시화됐다는 얘기다. 농심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점하고도 판관비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가격인상으로 인해 2017년 농심의 라면 매출이 올해보다 500억~6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00억원 이상의 매출상승이 있으리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후발주자들 역시 농심을 따라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점도 농심을 인상결정으로 이끈 요소 중 하나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 가격인상 후 1~6개월 후에 경쟁사들도 가격인상을 진행해 왔다”며 “농심의 가격인상에 의한 물량 하락이 완화되기 시작하는 2017년 2분기에 오뚜기 라면도 가격인상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