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하에 두고 입맛대로 기금 굴리려는 것” 비판 나와…특검, 홍 전본부장 피의자 신분 소환

'삼성 합병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특검이 26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추진하던 인물들이 부정하게 기금을 굴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움직임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홍완선 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외부전문가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특검은 홍완선 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찬성을 주도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특검은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민연금 삼성 지원 의혹과 관련한 핵심인물인 홍완선‧문형표 두 사람의 공통점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기금운용본부는 말 그대로 국민들이 낸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내 한 조직이다. 그런데 기금 액수가 점점 커지면서 해당 조직의 힘이 점차 강해졌고 이후 정권 실세와 가까운 사람이 잇달아 본부장을 맡아 왔다는 게 국민연금 내부관계자 전언이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최경환 의원과 대구고 동기동창이고 현직인 강면욱 본부장은 안종범 전 수석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순실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들은 왜 그렇게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려 했던 것일까. 이 같은 사태가 불거지자 결국 기금을 정부 뜻에 맞게 굴리기 위한 시도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정부 부처 산하로 가져가게 되면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기금을 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당시 홍완선 본부장과 마찰을 빚었던 최광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끝까지 연임할 뜻을 고수했으나 갑자기 보건복지부가 운영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나서자 바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사퇴한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차지했는데 그가 바로 현재 수사 대상인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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