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상불구 올들어 3분기까지 수수료이익 전년동기비 8.1%↓
국내 시중은행이 비이자이익 실적 악화에 처했다. 시중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각종 금융 거래 수수료를 올려왔지만 비이자이익 실적은 향상되지 않았다. 수수료 수익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내년부터 은행권 계좌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시중은행 비이자이익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졌다. 가계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은 늘었지만 비이자부문 실적이 부실해 진 것이다. 이에 질적인 수익구조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 누적 3분기 비이자이익은 4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1000억원)보다 5.8% 줄었다. 특히 올해 은행권은 송금 등에서 수수료를 올려받았음에도 수수료이익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3조7000억원)보다 8.1%나 급감한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은행 수익 중 이자이익(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고객이 송금하거나 ATM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은행 수수료가 있다. 또 은행이 주식이나 채권 투자로 얻은 수익도 비이자 이익에 속한다. 다만 국내 은행 비이자이익 중 80% 이상은 수수료이익에서 발생하고 있다.
은행권 비이자이익이 줄고 있다는 것은 수익성 지표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례없는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수익원인 순이자마진마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3분기 중 순이자마진은 1.5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6%)보다 0.02%포인트 낮아졌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지난해보다 2000억원 늘어난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영향이다. 이마저도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규모는 내년부턴 줄어들 수 있다. 은행권은 더는 이자이익으로 인한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 3분기 비이자이익은 2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32.7% 급감했다. 수수료이익도 2100억원을 기록, 전분기보다 1.7% 줄었다. 국민은행 3분기 비이자이익은 2535억원이다. 전분기보다. 10.5% 줄었다. 우리은행 3분기 비이자이익도 전분기보다 29.5%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이 금융 서비스 수수료를 대폭 올렸음에도 하반기 수수료이익은 반대로 감소한 것이다.
올 초부터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타행송금 수수료, 통장 재발급 수수료, ATM(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외화 송금 수수료 등 대부분의 금융 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대부분 인상했다. 하지만 올해 말 수수료이익 실적이 악화돼 은행권에선 내년에도 수수료 인상을 통해 수수료이익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5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영국, 일본 주요 은행 수수료율을 보면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송금수수료는 창구 거래시 500~3000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35달러(4만1300원), 영국은 25파운드(약 3만6600원)를 부과한다. 온라인뱅킹 송금 수수료 역시 국내는 600원을 부과한다. 미국(17.5~25달러)과 영국(25파운드)보다 소액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국내 대부분 은행이 부과하지 않는 계좌유지수수료도 받고 있다.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휴면계좌나 계좌이동서비스를 단행한 계좌에 대해서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고 일부 외화예금에 대해서는 관리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벌칙성 수수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은행권 비이자이익 규모는 은행 전체 이익의 20% 안팎이다. 국내 시장은행과 자본 규모가 비슷한 해외 은행 비이자이익 비중이 40%를 넘는 것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은행권이 비이자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 못한 셈이다.
은행권은 수수료 인상이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중 80% 이상이 은행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비이자이익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고객 불만과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외 진출이나 영업비용 감소 등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