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교육청과 예산 둘러싼 마찰 소지 여전…근본 해결책인 유보통합은 답보 상태

정부가 내년부터 특별회계를 설치해 누리과정 예산의 일부를 보전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지방교육청에서 올해 분 예산집행을 거부하는 등 예산편성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일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하고 어린이집에 소요되는 누리과정예산을 연간 8600억원 지원하기로 했다.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의 경우 정부지원이 없으면 집행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지원 결정은 보육대란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관리주체가 이원화 되어 있는 등 해결돼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주 도의회가 올해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762억원을 편성하자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집행불가’ 의사를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 최종 확정됐지만 일선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작년에도 올해와 같은 문제가 있었는데 국고보조금을 받아 해결했다. 그런데 올해 똑같은 문제가 또 발생했다. 어린이집은 시도교육청 관할이 아니고 법률적 근거도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책임을 져야한다. 내년은 국회를 통과한 특별회계법에 따라 (어린이집에 대해)예산을 편성했다. 특별회계법 제정 자체가 정부가 그동안 시도교육청한테 법률적 근거없이 (예산편성을) 강제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할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는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체 예산 777억원 중 처우개선비 및 누리운영비 188억원을 도비로 우선 충당했다. 원아 1인당 22만원인 보육료전체 예산 589억원은 아이행복카드 운영사가 현재 대납하고 있다. 전북도가 끝까지 버티고 국고보조금 지원이 안 된다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육대란이 현실화 될 수 있다.

교육계는 특별회계법에 대해서도 미봉책에 가깝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전북도와 같은 예산문제가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예산편성 외에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산하기관이 달라 생기는 인건비 개선, 근무시간 등 여러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갈등은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북도 교육청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관련해서도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만큼인 5개월분만 예산에 반영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내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 5개월분을 각각 편성했다. 나머지 7개월분은 2017년도 추경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관리주체가 달라 생기는 예산편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은 관계 부처 간 주도권 다툼으로 3년째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내년에도 유치원(교육부)과 어린이집(보건복지부)은 관리 주체가 나뉜 상태에서 예산만 일원화한 기형적 형태의 운영이 불가피하다. 


유보통합에 있어 또 하나의 쟁점인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자격통합 작업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유보통합 논의에서 국회는 특별회계법 설치로 이후 한 발짝 물러나 있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큰 그림에서 통합에만 의견을 같이했을 뿐 제대로 된 합의점 하나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계 관계자는 “유보통합이 되기 전에 예산편성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이라며 “2018년 유보통합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현재 진행상황으로 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북어린이집연합회원들이 지난 8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교육청에서 '김승환교육감 누리과정예산 즉각 편성 요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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