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익숙…국내선 넥슨 가장 적극적
게임업계가 자사 게임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게임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캐릭터 상품 판매 등 지적재산권(IP) 관련 사업 확장에까지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게임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시도는 종종 있어 왔다. PC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와 던전앤파이터는 이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된 바 있다.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게임 출시에 앞서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을 먼저 공개해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는 높은 품질과 완성도 있는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시리즈,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스타크래프트2, 최근에는 오버워치까지 다양한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유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출시한 오버워치의 경우, 출시에 앞서 장편의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을 유튜브 등에 먼저 공개해서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슈퍼셀은 최근 인기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클래시 로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클래시아라마(Clash-A-Rama)를 공개했다.
클래시아라마는 총 10편으로 구성된 시트콤 형식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각 10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됐다. 고블린, 자이언트, 호그라이더, 바바리안 등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클래시 로얄에 등장하는 익숙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심슨의 대표 작가들이 제작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지스타에 나서면서 게임을 둘러싼 각종 콘텐츠 생태계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며 “이에 메이플 팝업스토어나 마비노기 카페 등을 운영했고 기대 이상의 수요가 있음을 체감했다. 이번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더욱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클로저스의 애니메이션 타이틀은 클로저스:사이드 블랙램스(11부작)로 스튜디오 애니멀이 총 제작을 맡았다. 엘소드는 엘소드:엘의 여인(12부작)이라는 작품명으로 디알무비가, 아르피엘은 아르피엘:6개의 운명(12부작)이란 타이틀로 레드독 컬쳐하우스가 만든다.
엘소드:엘의 여인의 경우, 지난 10일 판교 CGV에서 1화를 풀버전으로 상영하는 특별 시사회를 진행한 바 있다. 넥슨은 클로저스: 사이드 블랙램스 1화를 지난 11일 열린 연말 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3종의 작품 모두 무료로 공개되며, 유저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관련 애셋(일러스트, 주제곡, 성우녹음, 시네마틱 영상)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방영 시기와 채널은 아직 미정이다.
게임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곳도 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드래곤네스트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됐다. 드래곤네스트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드래곤네스트: 평화기사단 vs 블랙드래곤은 지난달 17일 국내에 개봉했다.
드래곤네스트: 평화기사단 vs 블랙드래곤은 절대악의 힘을 가진 블랙드래곤으로부터 중간계 알테라를 구하기 위한 9인의 평화 기사단의 모험을 담고 있다. 해당 영화는 국내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첫 번째 상영작으로, 게임 속 캐릭터 및 지역, 몬스터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으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했던 그랜트 메이저가 미술과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세련된 연출과 CG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제작진과 중국 제작사가 만난 글로벌 프로젝트로, 중국 개봉 당시 한화 약 63억 원의 수익을 올려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최근 IP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며 “게임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에 영화나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기가 쉽다. 게임사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목하는 것도 IP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