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거래 대금 전년 대비 줄어…달러 강세도 외국인 자금 빼내 부정적 요소
글로벌 증시가 산타랠리에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선 뉴욕증시는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후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해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 확대와 세금 삭감 정책 등이 경제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하면서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증시도 호조를 보였고 일본 증시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반대로 국내 증시는 상승하다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전날보다 2.69포인트(0.13%) 내린 2033.01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0.44포인트(0.02%) 오른 2036.17로 장이 시작된 뒤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11거래일째 2020~2040선에서 머물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박스피(코스피가 1800~2100선 사이에 머무는 현상)로 분석된다. 주가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자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출현한 것이다. 실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2일째 자금이 이탈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15억원이 순유출됐다. 신규 유입자금이 234억원에 그쳤고 849억원이 환매로 빠져나가면서 전날(540억원)보다 이탈 폭이 커졌다.
여기에다 달러 강세로 원·달러마저 높아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205원으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기록한 건 9개월만에 처음이다. 달러 환율이 높아지고 앞으로도 고환율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러 교환 비용이 커지는 까닭이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했던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이다.
마땅한 성장 동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와는 달리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은 3분기 누적 기준 지난해보다 7% 줄었고 산업 구조조정, 수출 축소 탓에 내수에선 고용과 소비가 침체됐다. 올해 한국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 머물면서 변동성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거래량과 거래액도 지난해보다 각각 20%, 18%가량 감소했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은 결국 국내 경제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가 거래량과 거래액을 회복하면서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증시에 국내외 자금 유입이 증가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된다면 증시가 다시 활기를 띌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전에는 실적 개선을 이뤄내는 개별 업종,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