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수진 예스이엠피 대표 "사업 관련 의혹 밝혀야"
정수진 예스이엠피(주) 대표(사진)는 국내에서 여전히 생소한 영역인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기파) 방호 산업 분야의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EMP 방호 시설 구축은 핵무기나 EMP 폭탄 등 강력한 전자기파를 이용해 군과 국가 주요시설의 전기 및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적의 EMP 공격을 막기 위한 차폐 설비를 갖추는 작업을 말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EMP 무기의 위력이 공론화되기 이전인 1980년대 7개 프로젝트에 이르는 주한미군의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중반 경북 포항해군기지, 2003년 서울 용산 국방부본관동의 EMP 구축 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우리 군의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정 대표는 국방부의 합동참모본부 신청사 조성 사업(프로젝트명 ‘201사업’)을 계기로 국방부의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MB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7월 국방부가 발표한 ‘2010~2014 국방 중기 계획’에 따라 추진된 201사업을 주도한 국방부 국방시설본부 측이 합동참모본부 건립 공사와 해당 시설물 내 EMP 구축 사업을 분리 발주할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설계 과정에서부터 참여했지만, 정 대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제 공사 시공에서는 배제된 것이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201사업을 포함해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EMP 방호 시설이 적정 방호 기준치인 100dB(데시벨)에 훨씬 못 미치는 80dB로 하향 조정돼 성능 저하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정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이 201사업을 주도했던 당시 국방시설본부장을 업체 선정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하는가 하면, 그동안 정 대표가 주장해온 EMP 방호 시설의 성능 저하 문제도 국방부의 외부 검증을 통해 일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국방부 EMP 사업 비리 몸통 밝혀지나 http://www.sisajournal-e.com/biz/article/162157)
정 대표는 21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EMP 방호 시설로는 북한 EMP 탄이나 핵무기 공격으로 인한 비상 사태 시 군의 지휘체계가 마비될 우려가 크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업과 관련한 의혹과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EMP 방호산업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사업을 한 것은 1989년 무렵이었다. 당시 서울 논현동에 사무실을 내고 첫 프로젝트로 주한미군와 오산비행장 프로젝트를 했다. 이외에도 주한미군과는 7차례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 국방부와는 1990대 중반에 포항 해군기지, 2003년 국방부본관동(국방지휘시설) 사업을 할 때 EMP 방호 시설 부분을 수행했다. EMP 방호 시설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관련한 사업도 진행했는데, 연구소 등 민수쪽 관련 업무였다.
그동안 우리 군의 EMP 방호 성능 저하 문제를 지적해왔다. 정말로 심각한 수준인가.
중요한 점은 국방부가 EMP 분야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201 사업만 해도 EMP 방호가 뻥 뚫여 있다고 보면 된다. 원래 시설물의 전체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껍데기는 대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80dB 정도 기준만 해도 차단이 될 수 있다. 공격이 와도 자유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껍데기가 아니라 외부에서 시설물로 연결돼 있는 전선이나 선로 쪽이다. 여기는 방어가 (그 수준으로는) 어림이 없다.
실제 미군이 이라크전에서 EMP 폭탄을 활용했다고 한다. 근데 공격 후 후세인 방호시설의 피해 사례를 조사를 했는데 껍데기는 멀쩡했는데 선로가 다 망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라크도 EMP 방호를 한다고 외부와 연결되는 부분에 필터를 달았는데 그게 다 터졌다는 말이다. 결국 EMP 방호 시설의 최대 취약점이 이 부분이다. 그런데 201사업의 경우 필터는 적정 기준치인 100dB도 80dB로 시공을 했다고 한다. 그건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EMP 공격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장 한다면 피해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나?
지금의 201 사업의 경우 선로를 타고 들어와서 장비가 다 망가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국방부가 (외부 용역을 통해) 검증을 해본 결과 60~80dB 성능도 안 나오는 지점이 많다고 하지 않나. 공격이 빚어지면 201(합동참모본부)는 외부와 연결된 선로를 타고 장비가 다 망가진다고 봐야 한다. 장비가 셧다운 되면 당연히 지휘통제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쉽게 상상은 안 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EMP 공격을 방호하지 못하면 상황실에 앉아 있는 군 수뇌부는 무전도 받을 수 없으니 현장의 정보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분석을 할 수도 없고, 분석에 따라 작전명령을 해야하는데 그것도 못한다. 아예 군 작전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
군 관련 시설 외 다른 주요시설도 공격을 받으면 심각한 양상이 될 것 같다.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는 설계에서 시공까지 한 업체가 맡는 턴키공사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알고 있다. 당시 시공사 쪽에서 EMP 자문을 해달라고 해서 의견을 준 적이 있다. 1년 정도 했는데 정작 계열사 쪽에서 EMP 방호 공사를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실에서 성능 조사 결과를 요구했더니 80dB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현재 구축됐거나 구축되고 있는 EMP 방호 시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EMP 방호 공사에 쓰이는 전자기파 차단 부품인) ‘필터’가 가장 핵심이다. 측정을 만날 해도 필터 사양이 잘못된 게 들어가 있으면 성능이 제대로 안 나온다. 내가 주한미군 쪽 사업을 7개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 중 5개 사업이 100dB를 성능 기준을 시방서에 채택했다. 1980년대 이야기다.
EMP 필터와 관련해 전문적인 용어지만 ‘삽입 손실’이라는 개념이 있다. 80년대 당시에도 주한미군 시설물 7개 중에서 필터가 80db로 돼 있는 건 본적이 없다. 다 100dB 이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군은 거꾸로 필터까지 (성능 기준을) 80dB로 낮춘 거다. 애초 시공을 할 때도 감가상각을 고려해서 마진율 20dB를 더 줘서 최소한 100dB로 맞춰야 한다. 주한미군은 그래서 시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부분은 80dB로 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삽입 손실(필터)은 무조건 100dB 이상으로 해놓은 거다.
EMP 폭탄이나 핵무기의 성능에 따라 피해는 더 커질 수 있겠는데.
미국이나 러시아나 EMP 무기의 기술 사양은 철저히 비밀로 한다. 무기의 기술 사양이 공개가 되면 방호 기술도 더 높아질 수 있으니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공식적으로 이라크전 당시 (EMP 공격) 이야기도 안 떠든다. 그런데 이라크전 이후 미군의 방호 기술력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미국의 필터 회사를 가서 사양의 변화를 목격했다. 미군이 이라크전에서 EMP 공격의 위력을 보니 더 방호 성능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군은 현재 삽입 손실을 100dB도 아니고 120dB로 올리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의 EMP 공격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나. 핵 폭탄을 갖고 있다면 최상의 EMP 무기를 보유했다고 보면 된다. 거기다 북한은 구 소련이 붕괴되기 즈음에 EMP 기술력을 전수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구 소련이 ‘슈퍼EMP탄’을 개발한 것이 1980년대의 이야기다. 만약 그 시기보다 더 업그레이드를 했다면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봐야한다.
201 사업 당시 EMP 방호 부분을 3개 업체가 나눠 수행했다. 이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
사업 초기 설계에 참여할 때만해도 국방부시설본부 측은 (본 시설 공사와는) 분리 발주해서 정 대표에게 맡길 거라고 약속했었다. EMP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니 국방부본관동 EMP 사업을 해본 우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는 배제되고 201 사업 EMP 공사 부문을 3개 공구를 나눠서 3개 업체가 수주하는 것으로 돼 버렸다.
EMP 방호 시설은 그 특성상 설계를 했던 업체가 제조, 공사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8개월이나 공기가 연장되고 애초 성능 기준도 100dB에서 80dB 낮춰 끼워맞추기 식이 돼버린 것 아닌가.
201 사업 이후 국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수사기관이나 감사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하던데.
군 검찰도 관련 자료를 많이 가져갔고, 방위산업비리합동수사단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를 제대로 내놓은 곳이 없었다. 감사원에서도 감사관이 자료를 받아가고 상부에 요청했다고 하는데도 정작 감사 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개인적인 피해도 크다고 들었다.
30년 동안 EMP 관련 사업을 하면서 축적해놓은 자료를 컴퓨터에 보관해뒀다. 그런데 2014년 5월 국방부 검찰단이 국방부시설본부 직원을 수사하면서 컴퓨터 11대를 통째로 가져갔다. 지금까지도 그 자료를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 수사를 위해 자료가 필요하다면, 카피해서 활용하면 되지 않나. 결국 그동안 제대로 된 일을 할 수도 없었고, 투자도 더 받을 수 없었다. 회사는 폐업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나를 문제제기를 해서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 정도로 보고 있다는 점은 억울하다. 명예 회복을 위해서도 진실을 밝혀져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앞으로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 사업인 만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201 사업의 EMP 방호 관련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문제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방부 지휘시설의 EMP 방호 설계를 했던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술적인 책임 문제를 가리면 성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