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복지지출 갈수록 늘어…법인세 인상이 1순위 돼야"
20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한 야당은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 법인세 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했다. 누리과정 예산이 법인세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의 경우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일종의 법안 통과에 대한 자신감이 내포된 결과물이기도 했다.
22일 야당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을 누리과정과 연계시킨 부분은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에서 비롯됐다”면서 “누리과정은 정부가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이 보류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누리과정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무산위기에 놓인 예산편성은 끝내 정부가 86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법인세 인상은 내년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지난 19일 지도부회의를 통해 발표한 중‧단기 입법과제에 법인세 인상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과제 역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 시작 직후 경제민주화 법안 11개와 '더불어 민생행복 76개 법안' 등이 당 정책위를 통해 발표됐는데, 11가지 경제민주화 법안 중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등 5가지 내용정책위 자료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민주가 19일 발표한 정책위 보도자료는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김종인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재벌개혁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중에 다중대표소송제만 내년 입법과제로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진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의 주주들이 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핵심 제도인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는 아예 빠졌다.
이에 대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법인세를 인상 해야한다는 당론은 변함없다. 법도 그대로 살아있다. 누리과정 협상에서 관철을 못 시킨 것이다. 당론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학계는 그 어떤 것보다 법인세가 1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승근 한국과학기술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135조원의 복지재원 조달을 공약가계부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경제양성화, 예산절감, 비과세감면 축소 등 제대로 된 게 없다. 추후 복지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법인세 인상은 재원조달 논의에서 1순위다. 부가세를 2~3% 올린다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결국 복지재원 조달측면서 법인세 인상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해외자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 대한 배당과세 자체가 낮아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나라의 경제규모는 커지고 자본에 대한 세율은 낮아지고 있다. 소득세처럼 법인세도 세수입과 공정과세 측면에서 상위구간을 만드는 방법 등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