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사용 제한규정 완화 따라…“장애인이 살 차가 없다” 하소연
일반인에게 승용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이전하는 기준 완화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장애인 LPG 중고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장애인이 5년 이상 소유한 차량으로 제한했던 LPG 중고차의 일반인 이전 기준이 출고 이후 5년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택시나 렌터카 차량도 구매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구매 수요는 장애인 LPG 차량으로 몰려 정작 장애인 LPG 중고차 구매는 어려워지고 있다.
22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10만㎞를 주행한 장애인 LPG 차량 현대차 2011 그랜저HG LPI 판매가격이 2000~2200만원에 책정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사양 신차 출고 가격이 286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중고차 감가율은 26.5%에 불과한 셈이다. 차량 운행 1년간 가격 하락폭도 152만원에 그쳤다.
반면 현대차 2011 그랜저HG 가솔린 330 모델 기준시세 가격대는 195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차 출고 가격이 44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 절반 넘게 가격이 내려갔다.
같은 연식의 장애인 LPG 중고차 감가율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빠르게 가격이 하락했다. 감가율이 낮은 2011 그랜저HG 가솔린 240 모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5년 사이 감가율은 80%에 달했다.
인기 중고차 모델인 르노삼성 2011년 뉴 SM5 LPLi 모델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중고차 시장 적정 가격대는 700만~1200만원이지만 장애인 LPG 차량 실제 매물은 300만원 높은 1500만원에 책정돼 있었다. 최고사양 신차 판매가격이 2368만원이므로 5년 동안 868만원 떨어지는 데 그친 셈이다. 중고차 감가율은 36.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LPG 자동차 연료사용 제한규정이 없어지면서 택시나 렌터카로 운행했던 LPG 차량이 대거 시장에 나올 예정이지만 운행이 잦은 택시나 렌터카를 중고차로 사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매물은 늘어나겠지만, 장애인 LPG 차량과 같이 상태가 좋은 LPG 차량 가격만 치솟는 LPG 차량의 풍요 속 빈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일반인도 LPG 경차나 7인승 이상 승합 LPG 차종은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인기 차종으로 불리는 LPG 승용차는 장애인 소유가 5년을 넘지 않으면 이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반인도 출고 5년만 지나면 LPG 중고차를 살 수 있게 됐다. 대기오염 감축과 LPG 자동차 기술 경쟁력 강화,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을 위한 조치다.
문제는 출고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일반인 이전 불가인 차량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실제 LPG 차량을 구매하고자 하는 장애인이 가격 부담을 겪고 있다. 법 개정 이전 장애인 LPG 차량은 출고시기에 상관없이 소유 기간만 적다면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3년 정도 LPG 차량을 운행한 사람이 신차 구매를 앞두고 중고 시장에 장애인 LPG 차량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고차 시장에는 출고 5년을 앞두고 있으면서 장애인 실소유 기간은 짧은 LPG 차량 매물은 거의 없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나모(36) 씨는 “11월 들어 장애인 LPG 중고차 구매를 알아보고 있지만, 매물도 없고 가격은 비싸 일단 내년이 되길 기다리는 중”이라며 “택시나 렌터카 매물이라도 사야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엔카 등 주요 중고차 판매 업체는 내년부터 일반인 이전이 가능해지는 차량에 대해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엔카 관계자는 “출고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소유 기간은 짧아 내년부터 일반인 이전이 가능해지는 차량에 대한 구매 문의가 늘었다”면서 “이 같은 차량의 경우 내년부터 가격을 올려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악화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PG 연료가 주목받고 있어 LPG 중고차 가격은 더욱 비싸질 전망이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차량 배출가스 등급조사 결과, 연료별 평균등급은 국산차의 경우 LPG 차량 1.86, 휘발유차 2.51, 경유차 2.77로, LPG 차량의 평균 배출가스 등급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PG 차량은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차의 30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LPG를 대체연료 또는 청정연료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LPG 규제 완화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LPG 차량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LPG 중고차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면 강제 폐차됐던 택시 등 LPG 차량이 장애인용 중고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