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만 53조원 소요…이훈 의원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 아냐"

영화 판도라 포스터. / 사진=판도라 공식사이트
최근 원전 관련 영화 ‘판도라’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과 운영에 53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탈핵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고 기본적인 운영을 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5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 폐기물은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 작업자들이 쓰고 버린 옷이나 장갑 등 방사능 수치가 낮은 폐기물을 의미한다. 반면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되는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위험물질이다. 반감기를 거듭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까지 안정화되는데 최소 30만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국내에 아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건설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인 경주 방폐장은 완공에만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고준위 폐기장도 건설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소요 비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방사성폐기물을 중간저장하는 시설에 21조원, 처분시설에 3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출됐다. 이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물질의 처리시설을 건립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 폐로에도 막대한 양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영구정지 예정인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폐로에 63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현재 시점에서 산출된 비용으로 앞으로 그 비용이 얼마나 더 커질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기당 폐로 비용이 1조원 이상 올라갈 경우 국내 24기 원전을 모두 폐쇄하는 데는 25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에 대해 이훈 의원은 “정부가 원전 정책을 이대로 계속 유지한다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원전 24기의 폐로만 따져도 80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며, 정부가 원전만을 고수하고 강조하는 등 국민들을 호도하려는 행동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 의원은 또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발생 후 대처 비용으로만 20조원 이상이 들어갔다. 만약 한국에서 원전이 단 1기라도 사고가 난다면 원전 24기를 폐로하는 비용보다도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탈핵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정책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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