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도 빠르게 유입…저품질 오명 씻고 개발력도 한국에 근접

룽투코리아 지스타 2016 행사장 모습. / 사진=룽투코리아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국내 모바일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미 외산 게임에게 안방 자리를 넘겨준 PC 온라인 시장에 이어 모바일 시장마저 외산 게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업체들도 유명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도 외산 게임의 침투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지역은 비슷한 문화권인 아시아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고 게임 이용 방식이 중국과 비슷한 한국으로의 진출을 선호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최근 넷마블이나 넥슨과 같은 퍼블리셔와 협력, 국내에서 게임을 출시하거나 직접 국내에 지사를 설립해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개발사의 개발 수준이 이미 한국을 따라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중국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모방하기에 급급했다. 엉성한 그래픽과 저품질의 콘텐츠 등으로 한국 유저들에겐 외면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된 중국산 게임들은 더이상 중국에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굳이 어느 개발사가 만들었는지를 찾아보지 않는다면 중국게임인지 모를 정도다.

여기에 넥슨·넷마블 등 국내 주요 퍼블리셔들이 중국산 게임을 수입해 퍼블리싱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생 김동민(27·가명)씨는 “자주 즐기던 모바일게임이 중국에서 개발됐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며 “국산 게임과 큰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 과거 중국게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저품질이었는데 요즘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일부 게임의 경우, 국산보다 잘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50위 이내에 10개의 중국 게임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 50위 이내에 8개의 중국 게임이 위치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흥행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10개 중 1~2개는 중국게임인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뮤 오리진’처럼 국내 IP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개발 게임이 역수입되거나 ‘도탑전기’와 같이 중국에서 성공한 게임이 한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산 게임들의 한국에 대한 홍보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지스타 2016에서는 중국 룽투게임즈의 한국 자회사인 룽투코리아가 메인 스폰서 격인 프리미어 스폰서를 맡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룽투코리아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검과 마법’의 홍보모델 가수 태연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중국 자본의 한국 침투도 가속화되고 있다. 텐센트와 샨다를 비롯한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지분 투자의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했으며, 네이버 라인과 공동으로 네시삼십삼분에도 1300억원을 투자했다. 아워팜은 웹젠에 2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잠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아직 중국 자본의 진출은 대부분 사업 협력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등의 부문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국 투자를 통해,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쌓고 향후 중국 진출에도 유리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특히 현지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서는 진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중국의 특수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협력 관계가 국내 게임 기업들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부분은 거의 없다는 평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계속해서 국내에 침투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을 중국에 통째로 내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게임 기획력과 개발력이 이미 한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이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게임 흥행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유력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IP 또한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에 비해 내수 시장조차 협소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과 자본의 한국 침투는 몇년전부터 예의주시돼 왔다”며 “최근 들어 중국게임들의 한국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다만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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