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정책에는 의견 일치…시기‧재정건정성 유지 방안은 달라

경기침체 해법으로 떠오른 확장적 재정정책이 정치권 사이에서 논란이다. 미국이 내년 중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재정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에는 의견이 모였지만 그 방법론에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 전제가 되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일본보다 월등히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줄곧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세수기반이 취약해져 재정지출을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 한국경제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 번의 정책오류로 순식간에 재정건전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1990년대 초 일본의 상황은 더없이 좋은 반면교사다. 당시 일본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섣불리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했다가 장기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재정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경기회복은 지지부진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에도 많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단기적 이슈로 치부하고 확정적 재정정책을 펴다 재정수지만 나빠지는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앞서 사례처럼 잘못된 경제진단으로 한국경제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은 대정부질문에서 “지금이야말로 확장적 거시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줄곧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도 큰 그림에서 재정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이 무리라면 재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선 다르다. 야권은 속도를,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재정확대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내년 1분기 상황과 경제 실적치를 보고 필요할 경우에 나설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정확대를 보조할 세입기반 확대에 있어선 서로 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야권은 이번 세법개정안 심사에서 끝내 관철시키지 못한 법인세 인상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계 각국은 법인세를 올리는 문제에 있어 신중을 기하면서 오히려 내리는 선진국이 더 많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은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6~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세입확충이나 세출절감 등 정책적 노력과 우리 재정상황에 맞는 의무적인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용원 참여연대 복지조세센터 간사는 “복지와 관련된 재정이 좀 더 필요한 상황에서 법인세인상이 실현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IMF이후 국민경제소득비율을 보면 기업쪽이 늘어나고 개인은 줄었다. 법인세율는 계속 인하됐고 비과세 혜택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재정건겅성을 위해서 법인세부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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