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변화 5% 이내 시 리콜 승인 결정에 소비자 반발…“안일한 리콜절차 용납 못해”
“환경부의 폴크스바겐에 대한 리콜 잣대가 소비자 기준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 충격파가 환경부와 소비자 간 갈등으로 번졌다. 환경부가 연비변화가 5% 이내이면 폴크스바겐 리콜방안을 승인하겠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제조자의 고의적인 조작행위가 없을 때 적용 가능한 규정을 환경부가 적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폴크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국내 소송을 대리중인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21일 “환경부가 추진 중인 폴크스바겐 차량 검증 절차가 소비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환경부는 부실 검증 절차를 중단하고 즉시 자동차 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11월 29일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의4(연료소비율) 제1항에 근거해 폴크스바겐의 리콜 방안 검증 시에 연비변화가 5% 이내면 리콜방안을 승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의4(연료소비율) 제1항에는 ‘소비자에게 판매된 자동차의 연료소비율은 제작자 등이 제시한 값과 비교해 ▲시가지주행 연료소비율: -5% 이내 ▲고속도로주행 연료소비율: -5% 이내 ▲정속주행 연료소비율: -5%이내 등의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의4 제1항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비변화 5%의 오차 허용 한도 규정은 자동차 제조자가 정상적으로 차량을 제작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며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과 같은 자동차 제조자의 고의적인 조작행위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와 국토부가 검증하는 것은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고의적으로 조작한 위법상태를 법규에 적합하도록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부품 리콜 방안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위 규칙 제111조의4 제1항이 정한 검증과는 본질적으로 전혀 상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또 “폴크스바겐 제출 리콜 방안에 대한 환경부의 검증은 성능저하 및 내구성에 대한 부분이 누락돼 있어 부실한 검증일 수밖에 없다”며 “환경부는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에 대한 부품 리콜 검증에서 성능 및 내구성에 대한 검증을 누락한 것은 환경부의 중대한 과실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법무법인 바른과 손잡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폴크스바겐 집단소송을 제기한 임예원씨는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안일한 리콜 절차를 반복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야 한다.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자동차 교체명령과 같은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리콜로도 절대 피해 보상이 안 된다. 추가적인 보상 범위는 미국과 동일하게 해줘야 한다. 민법110조에 의하면 정신적 피해범위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며 "폴크스바겐은 일종의 사기를 저질렀다. 응분의 처벌을 받고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10월 초부터 폴크스바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을 대상으로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방안의 적정성 여부 검증을 벌여왔다. 티구안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진행한 배출가스 관련 실험과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연비 관련 실험 모두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연료 압력을 높일 경우 차량의 엔진 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기술적 확인 차원에서 폴크스바겐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콜 개시 후 18개월 내 리콜률 85%를 확보할 방안을 12월 중순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폴크스바겐 측이 밝혔다.
환경부가 리콜 이행률 85% 확보 방안을 요구한 것은 리콜 승인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연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아우디·폴크스바겐 디젤차 12만6000여대에 대한 리콜 승인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