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남, 고용창출 내세워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사업성 불투명, 예산 낭비 지적도

활주로 재포장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포항공항에 김포발 대한항공 1533편이 도착하는 모습/사진=뉴스1

각 지자체가 LCC(저비용항공사) 지역항공사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지자체 예산을 항공사 설립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지방항공사 설립에 대한 지자체 예산 투자가 투자액 이상의 일자리창출·경제활성화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공항 활성화를 위해 포항에어(가칭) 법인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포항에어 설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마쳤다. 포항공항은 2년 전부터 활주로 재포장 공사를 시작해 올 5월 정비를 마쳤다. 활주로 포장 공사 이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했지만 완공 후 아시아나항공은 떠나고 대한항공만 남았다.



포항시는 이에 따른 노선 축소와 일자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에어 설립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포항시 예산 약 2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포항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포항에어가 정식 취항하게 되면 1차적으로 50~100명의 직접 고용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후 규모가 커지면 고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도 밀양시에 설립될 LCC 남부에어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이 진행중이다. 경상남도는 남부에어 설립 자본금 약 1000억원 중 10%인 100억원을 출자한다.


경남 LCC 사업부 관계자는 "남부에어 설립은 김해공항 확장과 발을 맞추고 있다. 영남 쪽이 항공관련 산업에 강하다. 남부에어가 들어서면 지역 항공산업 일자리 육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억원이라는게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항공사와 지역공항 활성화로 인한 효과는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당장 사업 초기부터 1000억원이 투입되는 게 아니고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예산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 지자체는 지방항공사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지역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경남도 미래산업본부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지역항공사 설립은 지역 내 직업 육성 산업의 일환이다. 지역항공사가 들어서게 되면 지역 공항 활성화와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확실하다. 시에서 투입하는 예산 이상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 LCC 에어부산은 매년 부산 소재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지역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고용노동부 주최 ‘2015 일자리 창출 유공자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주대 산학협력단은 현재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추진중인 제주 제2공항을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를 노리고 있다. 협력단은 지난 4월 지역 항공사와 제주공항공사 설립을 통한 여객운송서비스·지상조업·정비·운항관리 등 항공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들은 예산 낭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포항에 사는 김영희(56)씨는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지역항공사가 고용하는 인원은 지역 시민 중 극히 일부일 것”이라며 “시민들이 고용창출이나 경제활성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승무원 준비를 하는 김민지(23)씨는 “지역인력우선채용이나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 등을 통해서 지역 내 고용창출효과를 극대화하는 걸로 안다”라며 “지역 예산을 들이는 만큼, 지역 주민을 먼저 챙기는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과 관계자는 “지방항공사가 생기면 항공사 운영위해서 인력을 채용할 것이므로 지역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창출 효과와 규모, 인력 고용 방식 등은 사업주가 개별적으로 정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 규모에 따라서 고용 규모도 달라질것이다. 그래서 지자체 예산을 넘어서는 고용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지켜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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