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단체결성·교섭권 없어 '속빈강정'…'밀어내기' 금지 포함 '절반의 성공'
대리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리점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대리점주를 위한 법이 처음 만들어지는 것에는 의의가 있지만 중요한 조항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리점법은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할당)사태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발의된 법이다. 사태 이후 2년이 지나 대리점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게 된 것이다.
그동안 대리점주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리점 거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의 적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대리점법의 핵심내용은 공급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에 상품을 강제하거나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를 어길시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만약 본사가 법의 규정을 위반해 대리점에 손해를 입힌 경우 대리점에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대리점주들이 그동안 법 조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내용 중 하나다.
또 대리점거래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리점 분쟁조정협의회를 두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를 통해 대리점주들은 본사와의 거래 중 발생하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 시행에 대해 대리점주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대형 남양유업대리점주협의회 대외협력실장은 “일단 배는 띄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리점주들을 위한 법이 없었는데 이 배를 띄우기 위해 몇 년간 노력한 것에 박수를 쳐줄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조항이 빠진 것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대리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본사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는 “대리점주나 가맹점주가 본사와 분쟁을 겪을 때 당사자들이 단체를 결성해 본사와 교섭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법에는 이 조항이 빠져있다”며 “대리점주가 단체를 결성하고 본사와 교섭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대표 역시 “대리점이던 가맹점이던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권리”라며 “개별적으로는 회사에 대항할 수 없다. 단체 결성권이 빠져 있다면 이것은 구멍 난 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가맹점주나 대리점주가 겪고 있는 고통은 비슷하지만 가맹점주들을 위한 법에는 가맹점사업자가 권익보호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대리점주를 위한 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있다.
한 대리점주에 따르면 과거 대리점주들이 결성해 활동했던 단체들은 본사 개입 등으로 인해 와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대리점주의 권익을 향상시켜주는 단체결성·교섭권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리점주들은 33조 1항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3조 1항은 본사가 구입강제행위, 불이익 제공행위, 판매목표 강제 행위 등을 했을 시 대리점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대리점주와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갈등을 겪을 시 본사의 편을 드는 경우가 많았고 분쟁에 대한 일 처리가 느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대형 실장은 “공정위가 대리점주를 위한 일 처리를 잘 하고 있으면 문제가 없는 조항이지만 공정위는 분쟁에 대한 일 처리도 늦은 편이고 대기업 편에 서서 결론을 내린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인태연 대표 역시 “공정위가 대기업 편을 들어주는 사례가 많아 ‘을’(대리점주나 가맹점주)에겐 불공정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지 오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