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발표…자산증가 많은 소득 중상위계층 부채 상환부담도 커
# 자녀 둘을 두고 있는 직장인 A씨(44세)는 보유 자산이 3억6187만원이다. 이 중 부채는 6655만원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낸 빚이다. A씨는 지난해 급여 4883만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소득이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는 그래도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저축과 금융 자산에 투자한다. 노후 대책을 위해서다.
이는 대한민국 가구의 평균적인 경제 상황이다. 2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한민국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늘었다. 지난해 소득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 증가율이 자산과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지면서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게다가 은퇴 후 노년 생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대한민국 가구주의 노후자금마련을 위한 경제 활동이 늘고 있다.
◇ 늘어나는 가계 부채···주택 구입이 원인
거주주택 보유가 가구 평균 자산 증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기준 가구 평균 자산은 3억6187만원으로 지난해 비해 4.3% 증가했다. 이 중 금융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면서 전체 자산의 26%(9400만원)를 차지했다. 실물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하면서 전체 자산의 74%(2억6788만원)를 구성했다. 실물자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69.2%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중에서도 거주주택 보유가구 비율은 59.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자산 증가는 주로 고소득층에서 발생했다. 소득 5분위별 자산 변화를 보면 소득 상위 계층인 4분위, 5분위 자산 증가율은 각각 5.2%, 5%로 평균 이상으로 늘었다. 반대로 소득 하위 계층인 1분위와 2분위는 지난해 대비 자산 증가율이 각각 1.1%, 2.1%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자산이 부동산 위주로 증가하다보니 구매 여력이 없는 소득 1분위와 2분위 계층 자산 증가가 평균을 하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이 늘어남과 동시에 부채도 증가했다. 올해 3월 기준 가구 평균 부채는 665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늘었다. 이 중 금융부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면서 전체 부채의 70.4%(4686만원)를 차지했다. 임대보증금 부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하면서 전체 부채의 29.6%(1968만원)를 구성했다. 특히 금융부채에서 담보 대출이 3847만원으로 전체 부채 중 57.8%를 차지했다.
내 집마련이 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담보 및 신용대출의 40.3%가 거주주택 마련으로 발생한 부채였다. 지난해에 비해 전월세 보증금 마련, 부채상환 용도의 대출이 감소했지만 거주주택 마련,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 마련으로 인한 부채가 각각 2.4%, 2.7% 증가했다. 대출 74.6%는 시중은행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는 대부분 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소득 중상위 계층에서 발생했다. 소득 중간 값인 3분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부채가 11.9% 증가했다. 소득 4분위와 5분위 역시 부채가 전년 대비 각각 3.2%, 9.4% 늘었다. 반대로 소득 1분위와 2분위는 부채가 지난해 대비 각각 0.4%, 4.7% 줄었다. 결국 중상위 계층은 빚을 통해 주택 마련 등에 나섰고 자산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부채가 소득 중상위 계층에서 주로 증가했지만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금융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70.1%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중 원리금 상환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답변은 20.4%를 차지했고 약간 부담스럽다는 응답자는 49.7%였다. 실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12.9%는 지난 1년 중 원금상환 또는 이자지급 납부 기일이 지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에는 자금융통 차질이 26.1%로 가장 많았다.
◇ 노후 문제 가장 큰 걱정거리로 떠올라
국민 경제 생활에서 노후 생활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연령층(66세 이상) 빈곤율이 48.1%로 나타났다. 빈곤율은 전체 인구에서 빈곤선(적절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소득 수준) 미만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근로연령층(18~65세) 빈곤율이 11.1%인 것을 감안하면 은퇴 후 소득 절벽이 큰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실제 가구주 나이별 가구 소득을 보면 60세 이상의 연간 소득 수준이 낮다. 지난해 60세 이상의 30.8%는 연간 소득이 1000만원 미만이었다. 1000만~3000만원 미만 소득 비율도 34.9%였다. 50~59세 가구주들은 4.7%만이 연간 1000만원 미만을 벌고 있고 전연령을 포함한 가구주 연간 평균 소득은 4883만원이다. 그나마 60세 이상인 가구의 전년대비 소득 증가율이 4.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가구주는 가구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발생하면 노후 자금 마련에 투입하는 경향이 짙었다. 가구주는 여유자금 운용방법으로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44.3%), 부동산 구입(27%), 부채 상환(22.7%) 순으로 선호했다. 금융 자산의 투자 목적은 노후 대책이 55.2%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주택관련(17.4%), 부채상환(9.6%), 사고와 질병 대비(3.5%) 순이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이 노년층의 주된 수입원인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연금 제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자녀의 부양을 통한 소득의 사적 이전도 줄고 있다. 노후를 위해 쌓아놓은 자산도 자영업 등 사업을 하다 잃는 경우도 많다”며 “노후 생활에 대한 고민을 덜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합의하에 고령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연금 제도를 성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