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이 버린 사람" 스스로 지칭
우리은행은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을 선임한다. 신상훈 전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추천을 받았다.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은 IMM PE가,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키움증권, 노성태 전 한화생명 연구원장은 한화생명, 톈즈핑(田志平)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는 동양생명이 추천했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로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정한다. 정부는 과점주주들이 주도적으로 우리은행을 이끌 수 있도록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전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연장자가 맡는 게 관례지만 노성태 전 한화생명 연구원장이 의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신 전 사장 주도하에 이사회가 꾸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신 전 사장을 제외하고 은행권 경험자는 없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부활을 꿈꾸는 만큼,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신 전 사장의 역할이 크게 요구된다.
신 전 사장을 추천한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적 호남 증권사로 호남 출신인 신 전 사장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사장은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신한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1986년 영동지점장을 거쳐 자금부, 영업부장을 역임한 뒤 2003년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2009년에는 지주 대표 사장을 역임했다.
◇신한사태 딛고 명예회복?…스스로 "신한이 버린 사람” 지칭
신 전 사장은 지인에게 자신을 "신한에게 버림받은 인물"로 언급하는 등 신한지주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장은 2010년 신한 사태를 계기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며 불거진 사건이다. 신 전 사장은 2010년 불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 12월 2심에선 1심과 달리 벌금 2000만원만 선고됐다.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에게 경영자문료 이용에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아 2억6100만원을 횡령한 혐의(형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됐다. 신 전 사장이 재일교포 주주에게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금융지주사법 위반)에 대해 은행이 고소한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이로 인해 신 전 사장의 금융계 복귀를 점쳐지기도 했다. 신 전 사장은 당시 "명예회복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대법원 판결은 나지 않았다.
신 전 사장 최측근은 "신 전 사장이 우리은행 사외이사가 됐다고 해서 당시의 억울함을 모두 해소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한동우 회장 등 신한 경영진들이 신 전 사장의 명예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신 전 사장이 신한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곧 우리은행장 선임과 우리은행이 금융지주로 탈바꿈할 기틀을 다질 사외이사로서 임기가 시작되고, 신한 사태 관련 대법원 판결도 아직 나지 않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