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자유수임제 따른 과당경쟁이 회계투명성 그르쳐"…금융위 이달중 회계제도 개선책 발표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를 계기로 현행 외부감사제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피감사법인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회계법인에게 등록취소, 과태료 등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지만 부실감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감사를 받아야 할 피감법인과 회계법인이 일거리를 주고받는 갑을관계가 고착화 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모순적인 수임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선 회계시장의 부실감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으로 예정된 정부의 회계제도 개선책 발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세부항목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은 조사 대상 61개국 중 꼴찌였다. 지난 2014년 59위에서 지난해 60위로 위태위태하더니 결국 올해 꼴찌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몽골, 베네수엘라 등 개발도상국들보다 순위가 뒤쳐졌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WE)의 조사에서도 151개국 중 72위로 하위권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회계사들이 감사한 기업 재무제표가 국제적으로 신뢰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한국 기업가치가 선진국기업들과 비교해 낮은 상태인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까지 걱정해야 될 처지라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행 자유수임제가 감사품질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라며 지정감사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는 감사분야에서 자유수임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을 불러온다. 이는 곧 감사투입시간을 줄여 부실감사로 이어져 그 피해가 사회전체로 확대된다”면선 “감사용역의 질적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감사인지정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성환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는 "경제단체의 반대로 시행이 쉽지 않지만 지정감사제가 확대되면 회계사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실감사와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정부와 실무 전문가, 학계가 참여한 회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를 통해 현행 회계감사제도의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회계투명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 TF는 이해관계자인 회계업계와 상장사의 첨예한 대립 속에 여러 상충되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1월 중 예정이었던 개선책 발표도 미뤄졌다.

TF에서 회계업계는 감사인 선임제도를 현행 자유수임제에서 지정감사제로 점차 확대하고 감사보수를 현실화 시키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업계에선 내부 회계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교육을 통해 외부감사 선임의 투명성을 높이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뎌진 칼날을 다시 세우자는 회계업계와 이를 방어하려는 기업계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관계자는 “당초 11월 발표 예정이었던 개선책은 12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각계에서 의견을 많이 개진해 현재 어떤 정책들이 선택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감규정의 경우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 입법과정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TF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을 위한 행동에 나섰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혼란으로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관할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주식회사로 한정된 외부감사 대상에 유한회사와 대형 비상장사를 포함시키고 감사인 선임(또는 해임) 권한의 조정, 감사인 지정확대 등을 담았다. 배 의원 개정안은 외부감사를 대상 유한회사로 확대하고 5000억원 이상의 바상장사를 상장회사에 준하는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해당 법안들은 최순실 국정조사가 마무리 된 후 내년 정기국회에서 재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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