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식형·액티브·선진국 펀드 반등 가능성 …전체적으로 설정액 줄어 위기

국내 펀드 시장은 올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된데다 전체적인 수익률마저 저조했다. 반대로 투자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돈이 몰리면서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대변했다. 중국 증시 폭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등 굵직한 변수에 국내 증시가 휘둘린 탓으로 분석된다.

다만 척박했던 올해 펀드 시장에서도 견조한 수익률을 낸 펀드들도 있었다. ‘채권형’, ‘인덱스’, ‘신흥국’ 이름을 붙인 펀드들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높았다. 증시가 안정세로 접어든 11월 이후에는 ‘주식형’, ‘액티브’, ‘선진국’ 펀드 수익률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펀드 자금 유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수익률 쏠림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쪼그라드는 펀드 시장

올해 펀드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돈이 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연초 이후 7조4582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5년연속 연간 순유출로 지난해말 50조원대가 넘던 펀드 설정액이 46조958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1조1025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나마 국내외 채권형 펀드만에서 5조6000억원 순유입하면서 전체적인 순유출 규모가 줄었다.

반대로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초단기의 MMF 자금 규모는 연초 이후 대폭 늘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16일 기준 101조3601억원으로 연초 이후 16조748억원 증가했다. 올해 8월에는 MMF에 131조1000억원이 모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MMF 규모가 약 50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 시장에 유동성은 풍부했던 셈이다.

이는 올해 투자 상황이 녹록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올해 초부터 중국 증시 폭락 탓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1월과 2월 연달아 2% 급락을 경험했다. 코스피의 경우 3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안도랠리로 2000선을 넘겼지만 고질적인 박스피(박스권에서 주가가 오르내리는 코스피)를 벗어나지 못했다. 6월에는 브렉시트로 인해 증시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후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싸고 증시에 긴장 상태가 지속하고 트럼프 당선 속에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등 증시 방향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국내 증시 거래 대금도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5758억원으로 지난해 5조3517억원보다 14.49% 감소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3억7923만주로 지난해 4억5526만주보다 16.7% 줄었다. 이는 그만큼 한국 증시를 둘러싼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면서 펀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면서 수익률이 저조했던 원인도 있지만 운영 철학 없이 유행에 따라 붕어빵 찍어내듯 만드는 펀드도 투자자 신뢰를 잃게 한 원인 중 하나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바뀌는 건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다만 차별화, 전문화 없이는 내년 펀드 시장도 투자자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채권형’, ‘인덱스’, ‘신흥국’ 수익률 높았다

펀드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펀드 수익률마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16일 기준 연초 이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51%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6.24%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섞은 국내 혼합형 펀드 역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0.31%를 기록했고 해외 주식형 펀드도 연초 이후 -2.67% 평균 수익률을 냈다. 해외 혼합형 펀드는 0.51%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이 또한 코스피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연초 이후 해외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5.11%로 대유형별 평균 수익률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1.2% 수익률을 올리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채권 가치가 오른 영향이 컸다.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 내에서도 인덱스 펀드는 좋은 성과를 냈다. 인덱스 펀드는 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기대 수익률은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연초 이후 인덱스 펀드 평균 수익률은 6.91%를 기록하며 코스피 상승률을 상회했다. 특히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 평균 수익률은 8.55%로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이는 올해 국내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상승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일부 신흥국 관련 펀드는 성적이 좋았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신흥국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8.58%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유럽 펀드는 41.22%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신흥국 펀드 역시 30.91% 수익률을 올려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상회했다. 다만 해외 주식형 펀드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신흥국 펀드는 -8.07% 수익률을 기록하며 저조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뒤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에 놓였다.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증시로 몰리는 그레이트로테이션(Great Rotation)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1월 이후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채권형 펀드 수익률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 역시 지난 주부터 인덱스 펀드 수익률을 넘어섰다. 덩달아 북미, 유럽 등 선진국 펀드도 1개월 수익률이 해외 펀드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다.  

 

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채권형, 인덱스, 신흥국 펀드 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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